
인간의 행복과 긍정적인 삶에 대한 과학적 탐구인 긍정심리학은 현대 심리학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전까지 심리학이 주로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 정서와 심리 장애 치료에 집중했다면, 긍정심리학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욱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새로운 심리학 분과의 이론적 배경과 주요 개념, 학계의 핵심 연구자들이 밝혀낸 행복 연구의 결과들, 그리고 일상생활과 사회에서 긍정심리학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폭넓게 살펴보겠습니다.
1. 긍정심리학의 탄생과 개요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1990년대 말에 등장한 심리학의 새로운 분과로서, 인간의 강점과 미덕, 행복의 조건 등에 주목합니다. 1998년 미국심리학회 회장이었던 마틴 셀리그먼은 임기 연설에서 심리학의 연구 방향을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접근의 출현을 알렸습니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심리학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이처럼 이 분야는 기존의 병리 중심 접근을 넘어 행복과 웰빙(well-being)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접근법으로 출발하였습니다.
1.1. 심리학 패러다임의 전환
20세기 동안 심리학은 주로 정신질환의 진단과 치료, 부정적 행동 교정 등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해왔습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와 임상적 성과도 매우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돕는 방법”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부족했습니다. 긍정심리학은 이러한 균형의 부족을 인식하고, 심리학이 원래 추구했던 세 가지 사명 – 즉, 정신장애 치료, 재능과 능력 개발, 그리고 행복 증진 – 중 행복 증진의 과업을 회복하고자 탄생했습니다. 그 결과 심리학 연구의 무게중심이 문제에서 해결로, 결핍에서 강점으로 옮겨가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된 것입니다.
1.2 긍정심리학의 정의와 연구 범위
긍정심리학은 간단히 말해 “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인간이 잘 기능하고 번영하도록 하는 조건과 과정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로 정의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번영(flourishing)은 단순한 쾌락적 행복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삶과 성취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긍정심리학 연구자들은 개인의 강점과 미덕, 긍정적 정서(예: 기쁨, 감사, 희망), 창의성, 회복탄력성(Resilience) 등 인간 삶의 밝은 측면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합니다. 예컨대 성격 강점을 24가지로 분류한 ‘성격 강점과 덕목’(Character Strengths and Virtues) 모델은 개인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1.3. 행복의 구성 요소: PERMA 모델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이론적 모델로 PERMA 모델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셀리그먼이 2011년 제시한 다섯 가지 행복 요소로, 긍정 정서(Positive Emotion),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s), 의미(Meaning), 성취(Accomplishment)의 머리글자를 딴 것입니다. 행복을 하나의 단일한 감정 상태로 보지 않고, 이처럼 여러 요소들이 균형을 이룬 복합적인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긍정 정서는 삶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만족감을 말하며, 몰입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깊게 빠져드는 경험을 의미합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의 중요한 축이며, 삶의 의미와 목적 의식은 어려움 속에서도 개인을 지탱해주는 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고 성장해나가는 성취 또한 행복감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PERMA 요소들은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 타당성이 검증되었으며, 전인적인 행복 증진을 위한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 행복 연구의 발달과 주요 발견
긍정심리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인간의 행복(주관적 안녕감)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행복을 연구하기 위해 먼저 행복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용어로 행복을 정의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한 주관적 판단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인생에 대한 만족도, 긍정적 정서의 빈도와 강도, 그리고 부정적 정서의 적음을 종합하여 행복도를 평가합니다. 이러한 행복 연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행복한지, 무엇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 행복한 삶이 우리에게 어떤 이점을 주는지가 점차 밝혀졌습니다.
2.1. 행복의 측정과 개념 이해
과학적인 행복 연구를 위해서는 행복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라이커트 척도를 사용한 설문(예: “요즘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를 0부터 10까지 점수로 평가)이나 경험 표집 방법(Experience Sampling Method)을 통한 일상 행복감 측정 등이 개발되었습니다. 이러한 도구들을 활용하여, 심리학자 에드 디너 등은 행복(주관적 안녕감)이 하나의 일관된 심리적 구성개념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예컨대 행복 수준은 시간에 걸쳐 비교적 안정적이고, 외향성과 같은 성격 특성과 상관되며, 미래 행동이나 건강을 예측하는 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처럼 행복은 막연한 기분이 아니라 측정 가능하고 의미 있는 삶의 지표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2.2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무엇이 우리의 행복을 결정짓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는 행복에 유전, 환경, 그리고 의도적 활동이 기여한다는 모델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 연구팀은 행복의 장기적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의 비중을 추정하여, 유전적 요인이 약 50%, 삶의 환경(소득, 교육, 건강 등) 요인이 약 10%를 설명하고 나머지 40%가 개인의 노력이나 활동에 달려있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른바 ‘행복의 파이 차트’로 알려진 이 모델은 선천적 요인 외에도 우리가 감사 일기 쓰기, 친절 실천 등 일상의 실천을 통해 얼마든지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물론 이후 연구들에서는 이러한 비율이 맥락에 따라 가변적이며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지만, 긍정심리학의 기본 입장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즉 “행복은 일정 부분 노력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 밖에도 성격적 경향(예: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행복감을 더 느끼는 경향), 사회적 지지(가족, 친구와의 관계), 가치관 등이 행복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습니다. 흥미롭게도 2018년 영국의 행동과학자 폴 돌런(Paul Dolan)은 무엇에 시간을 쓰는지가 행복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즉, 여가를 누구와 보내고 어떤 활동을 하느냐가 행복도의 중요한 결정인자라는 것입니다.
2.3. 행복과 삶의 긍정적 결과
행복은 그 자체로 바람직할 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감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관계, 건강, 업무 성과 등 여러 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대학의 한 장기 연구에서는 낙관성이 높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수명이 길고 심장질환 위험이 낮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행복한 사람들은 결혼 생활의 만족도가 높고, 직장에서 더 창의적이며 생산적이라는 연구도 다수 존재합니다. 2005년 류보머스키(Lyubomirsky), 킹(King), 디너(Diener) 등이 발표한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긍정 정서가 높은 개인일수록 수입 수준, 사회적 관계, 건강 상태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더 성공적인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행복이 단지 성공이나 좋은 결과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이 선행하여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직원 행복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업무 효율과 이윤이 향상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행복하면 성공한다”는 관점은 조직심리뿐만 아니라 교육, 건강 분야 등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3. 긍정심리학의 주요 이론과 연구자
긍정심리학이 학문 분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는 여러 심리학자들의 선구적인 연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이론과 실험을 통해 행복과 긍정성의 과학적 기반을 다졌으며, 그 결과 심리학의 지평을 넓혀 놓았습니다. 여기서는 긍정심리학을 이끌어온 몇몇 핵심 연구자들과 그들의 주요 이론을 살펴보겠습니다.
3.1. “행복도 학습될 수 있다”: 마틴 셀리그먼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긍정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심리학자로, 20세기 후반까지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 관한 연구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학문의 방향을 바꾸어, 인간의 긍정적 잠재력과 행복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셀리그먼은 2002년 저서 “진정한 행복”(Authentic Happiness)에서 행복을 쾌락적 행복(즐거움)과 의미적 행복(의미 추구)으로 구분하고, 개인의 강점을 활용한 삶이 지속적인 행복을 가져온다고 역설했습니다. 이후 2011년 출간한 “플로리시”(Flourish)에서는 앞서 언급한 PERMA 모델을 제시하며, 행복(웰빙)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구체화했습니다. 셀리그먼의 또 다른 공헌으로는 긍정심리치료(Positive Psychotherapy)의 개발이 있습니다. 이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의 치료에 있어서 환자의 강점, 감사, 의미 찾기 등의 기법을 활용하는 치료 접근으로, 전통적인 치료와 병행할 때 증상 완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 연구가 보고되었습니다. 셀리그먼은 현재까지도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며 이 분야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3.2.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인간이 최고의 성과와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를 가리키는 개념인 몰입(flow) 이론을 발전시킨 심리학자입니다. 칙센트미하이는 여러 해 동안 예술가, 운동선수, 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경험 표집 연구를 수행하여,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가장 깊은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는지 탐구했습니다. 그 결과 도출된 것이 몰입 상태로, 이는 개인의 능력과 도전 과제의 난이도가 균형을 이룰 때 나타나는 깊은 집중의 경험입니다. 몰입 상태에 들어간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현재 활동에 완전히 빠져들며, 자기 자신마저 잊을 만큼 강렬한 만족감을 얻습니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가 연주에 몰두하거나 프로그래머가 코딩에 빠져들 때 느끼는 일종의 “황홀경”이 이에 해당합니다. 칙센트미하이는 이러한 몰입 경험을 자주 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보았습니다. 그의 대표 저서 “몰입의 즐거움”(Flow: The Psychology of Optimal Experience, 1990)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며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일과 여가에서 더 큰 만족을 얻는 법에 대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몰입 이론은 이후 업무 현장과 교육 환경에서 개인의 동기와 창의성을 높이는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긍정심리학 연구 분야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3.3. “긍정정서의 힘”: 바바라 프레드릭슨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은 긍정적인 감정이 인간에게 갖는 심리적 기능을 밝힌 확장-구축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의 제안자로 유명합니다. 프레드릭슨은 2001년 논문에서 기쁨, 관심, 사랑과 같은 긍정 정서가 그저 순간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인지와 행동 레퍼토리(repertoire)를 확장시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원을 구축하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즐거운 기분일 때 사람들은 더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며, 이러한 행동들이 결국 더 풍부한 기술, 지식,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부정적 감정이 주로 생존을 위해 즉각적인 반응(도망치기나 싸우기 등)을 촉발하는 기능과 대비되는 것으로, 긍정 정서는 우리의 사고범위를 넓혀 더 많은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는 점에서 “확장” 효과를, 그렇게 확장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심리사회적 자원을 쌓게 한다는 점에서 “구축” 효과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레드릭슨의 이론은 긍정정서의 진화적 이점과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행복한 기분 자체가 어떻게 개인의 성장과 건강에 기여하는지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긍정 정서를 일상에서 늘리는 방법(예: 매일 감사한 일을 세 가지씩 기록하기)이 스트레스 감소와 면역력 증진 같은 신체적 이득까지 가져올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어 행복 증진 개입의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3.4. “행복의 측정과 세계 비교”: 에드 디너
에드 디너(Ed Diener)는 “행복학 박사”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주관적 안녕감 연구를 개척한 심리학자입니다. 디너는 1980년대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와 정서적 안녕을 조사하여 행복의 보편성과 문화적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그는 행복을 심리학의 엄연한 연구 주제로 격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행복 연구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디너의 연구 중 하나인 2002년 “아주 행복한 사람들(Very Happy People)” 연구에서는 매우 행복한 상위 10% 집단과 평균적 행복 집단을 비교한 결과,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깊고 안정적인 사회관계라는 점을 밝혀 주목받았습니다. 친구 및 가족과의 유대가 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에 대해 훨씬 높은 만족도를 보고했으며, 이는 인간관계가 행복의 핵심 요소임을 시사합니다. 또한 디너는 여러 나라의 행복 점수를 비교 분석하여 경제 수준이 올라갈수록 평균 행복도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어느 정도 이상부터는 증가 폭이 둔화되는 “행복과 소득의 포화 효과”를 지적하였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정책 입안자들이 국민 총생산(GDP)뿐만 아니라 국민 행복지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실제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등의 지표를 통해 국민 행복도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3.5. “지속적인 행복 증진”: 소냐 류보머스키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는 “과연 행복을 높이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온 심리학자입니다. 그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일련의 실험 연구를 통해 일상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행복 증진 전략의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행복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류보머스키는 의도적인 활동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는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행복을 높일 수 있을까요?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하는 행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매일 감사 일기를 쓰거나 감사 편지를 쓰는 실험 참가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몇 주 후 행복 점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고 우울감은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친절 행동도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로, 일주일에 한 번씩 의도적으로 새로운 친절을 베푼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큰 행복감을 보고했습니다. 이 밖에 명상과 마음챙김 수행, 사회적 상호작용 늘리기, 목표 설정과 달성 등도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보머스키는 2008년 저서 “행복 어떻게 얻을 것인가”(The How of Happiness)를 통해 이러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행복 실천법을 일반 대중에게 소개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녀의 연구는 “행복도 꾸준한 연습과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 분야의 핵심 메시지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4. 긍정심리학의 실제 적용 사례
행복과 웰빙에 관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지식들은 학술지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조직, 지역사회 등의 현장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즉, 행복과 웰빙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정책으로 구현되어 많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개인의 일상부터 학교와 직장, 나아가 사회 정책에 이르기까지 긍정심리학의 원리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4.1. 개인 생활에서의 실천
이 심리학 분야에서는 우리 각자가 일상 속에서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감사 일기 쓰기, 하루 동안 있었던 좋은 일을 떠올리며 기록하는 세 가지 좋은 일(Three Good Things) 실천, 규칙적인 명상과 마음챙김 수행, 친절한 행동을 의도적으로 늘리기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기법들은 간단해 보이지만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매일 감사한 일을 적은 사람들이 몇 주 뒤 우울 증상이 감소하고 삶에 대한 행복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6주간 명상을 수행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고,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이처럼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활동들은 시간과 노력이 크게 들지 않으면서도 정신건강에 유익한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입니다. 행복 습관을 들이면 처음에는 작은 효과라도 점차 누적되어 삶의 전반적인 행복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2.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
학교 교육에서도 행복 증진을 위한 개념과 기법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긍정 교육(Positive Education)으로, 학업 성취뿐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적 안녕과 인성 발달에 초점을 맞춘 접근입니다. 호주의 길롱 문법학교는 세계 최초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긍정심리학 프로그램을 커리큘럼에 도입한 학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감사와 공감을 연습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며, 그 결과 학습 분위기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도 지역 학교들과 협력하여 탄력성 훈련(Resilience Training)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했는데, 이를 받은 학생들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향상되고 우울 증상이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최근 “행복 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일부 학교에서 주간 단위로 감사 편지 쓰기나 긍정적 자기 대화 연습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과 함께, 학교폭력 예방이나 학업 몰입도 향상 등 부수적인 긍정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4.3. 조직과 직장에서의 활용
직장인의 행복과 기업 성과의 관련성이 주목받으면서, 직장 내 긍정심리학 응용도 활발합니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강점 개발과 몰입도 향상을 위해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명상·마음챙김 세션, 감사 캠페인 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Google) 등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들은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와 창의성 향상을 위해 명상 및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사내 복지로 제공해왔습니다. 이와 함께, 상사가 부하직원의 강점을 인지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도록 돕는 강점 기반 리더십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강점을 업무에서 발휘할 기회가 많은 직원일수록 업무 만족도와 몰입도가 높고 이직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직장에서 감사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의 효과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매일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습관을 장려한 팀이 몇 달 뒤 다른 팀보다 신뢰도와 협업 만족도가 유의하게 높아졌습니다. 나아가 긍정 정서가 충만한 조직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결과적으로 기업 성과에도 이롭다는 사실이 다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많은 기업들이 직원 행복 담당자(Chief Happiness Officer)를 두거나, 조직 개발 전략에 긍정심리학적 기법을 적극 통합하고 있습니다.
4.4. 사회 정책과 지역사회에의 적용
이러한 접근의 영향은 개인과 조직을 넘어 사회 전반의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UN이 2012년부터 매년 세계 행복의 날(3월 20일)을 지정하고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간하여 각국의 행복 지표와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부탄은 일찍이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지표를 도입하여 국민의 심리적 행복을 국가 발전의 핵심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주민 행복도를 조사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행복도시 지수를 개발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적용은 행복 연구 결과, 예를 들어 소득 격차나 실업 등이 국민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 사회적 신뢰와 봉사가 주는 행복 증진 효과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합니다.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 증진은 사회 전체의 발전과도 맞물려 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교육 정책, 보건 복지, 도시 계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행복 증진”을 목표로 한 프로그램과 평가 지표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5. 맺음말
긍정심리학과 행복 연구는 인간 삶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행복은 더 이상 막연히 운이나 환경에 맡겨야 하는 신비한 감정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삶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의 등장은 심리학이 결핍을 채우는 학문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잠재력을 꽃피우는 학문으로 변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행복만을 추구하여 현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의 제2세대 긍정심리학 논의에서는 진정한 웰빙을 위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균형 잡힌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는 행복을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긍정심리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통찰과 도구들은 개인의 삶은 물론 교육현장과 직장,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긍정심리학과 행복 연구가 심화됨에 따라,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 – 긍정심리학
- PositivePsychology.com – Psychology of Happiness (긍정심리학으로 본 행복)
- Harvard Gazette – Good genes are nice, but joy is better (하버드 성인발달연구 소개)
- Greater Good Magazine – How Much of Your Happiness Is Under Your Control? (행복 결정요인 분석)
-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홈페이지
참고 연구
- Seligman, M. E. P., & Csikszentmihalyi, M. (2000). Positive Psychology: An introduction. American Psychologist, 55(1), 5–14.
- Fredrickson, B. L. (2001). The role of positive emotions in positive psychology: The broaden-and-build theory of positive emotions. American Psychologist, 56(3), 218–226.
- Lyubomirsky, S., Sheldon, K. M., & Schkade, D. (2005). Pursuing happiness: The architecture of sustainable chang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9(2), 111–131.
- Diener, E., Suh, E. M., Lucas, R. E., & Smith, H. L. (1999). Subjective well-being: Three decades of progress. Psychological Bulletin, 125(2), 276–302.
- Lyubomirsky, S., King, L., & Diener, E. (2005). The benefits of frequent positive affect: Does happiness lead to success? Psychological Bulletin, 131(6), 803–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