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본 중동과 세계질서 10 – 사우디는 왜 BRICS를 택했는가

사우디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석유=사우디아라비아’라는 등식은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2024년 사우디가 BRICS+에 합류하면서, 달러 기반 석유 경제를 지탱해 온 마지막 기둥이 균열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본 글은 사우디의 BRICS 선택 배경, 지정학·경제·기술 요인을 종합해 미국 패권 구조에 어떤 함의를 주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1. 2016–2023. 사우디 외교 노선의 전환

1.1. 비전 2030과 탈(脫)석유 서사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발표한 ‘비전 2030’은 사우디 경제를 석유 의존에서 첨단·관광·그린 수소로 다변화하겠다는 청사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EU 자본뿐 아니라 중국·인도·러시아 투자도 필요했고, BRICS 가입은 자연스러운 단계였습니다.

1.2. 중국 중재 외교와 이란 수교

2024년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전격 수교에 합의했습니다. 사우디는 역내 패권 경쟁을 ‘경제 경쟁’으로 전환해 리스크를 낮추고, BRICS 플랫폼을 활용해 다자 미·친중 균형을 꾀하려 했습니다.

2. BRICS+ 가입의 세 가지 동인

2.1. 달러 리스크 헤지

사우디는 페트로달러 체제의 최대 수혜국이지만, 2020년대 이후 미국 의회의 ‘OPEC 담합 제재(노펙 법안)’ 추진과 인권 압박으로 달러 결제 일변화를 리스크로 인식했습니다. 위안화·루피 결제 파일럿은 사우디의 보험이자 협상 카드가 됐습니다.

2.2. 에너지 전환 자본 조달

그린 수소·탄소 포집 프로젝트에는 2030년까지 2조 달러가 필요합니다. BRICS 뉴개발은행(NDB)·중국 정책은행 라인으로 저리 자금을 확보하면, 사우디 국부펀드 (PIF)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했습니다.

2.3. 기술·방산 협력 다변화

미국 무기 의존도를 낮추려는 사우디는 중국 드론, 러시아 S-400, 인도 반도체 OSAT 같은 신흥국 기술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BRICS 가입은 공동 R&D·스마트시티·AI 안보 프로젝트에 문을 여는 효과를 냅니다.

3. 미국 패권 균열 시나리오

3.1. 페트로달러 해체 vs 희석

사우디가 당장 달러 결제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지만, 원유 계약의 10~15%를 위안화·디지털 토큰으로 결제해도 달러 국채 수요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단기 타격은 제한적이지만 ‘심리적 전환점’이 우려된다고 평가합니다.

3.2. 중동 안보 구조 재편

사우디가 이란·UAE와 동시에 BRICS 테이블에 앉으면서, 미국 주도의 ‘이스라엘+걸프’ 대(對) 이란 구조가 다층화됐습니다. 미국은 F-35·사드 추가 판매로 끈을 잡는 반면, 사우디는 중국 AI 감시 기술·러시아 원전 패키지로 옵션을 확대합니다.

4. 사우디‧BRICS 협력 로드맵

4.1. 에너지 토큰화 플랫폼

NDB와 사우디 중앙은행(SAMA)은 2026년까지 ‘석유·가스·탄소 크레디트’를 묶은 디지털 토큰 결제망을 시험할 예정입니다. 이는 원유 위안화·루블화 결제의 기술적 기반이 됩니다.

4.2. 공동 희토류·배터리 밸류체인

사우디 네옴 시티는 중국 CATL, 인도 Vedanta와 리튬·니켈 정제 합작사를 추진합니다. 공급망 블록화 속에서 사우디는 ‘중동 배터리 허브’로 위상을 키우고, BRICS 국가는 원자재 안정망을 확보합니다.

5. 한계와 역풍

5.1. 미·사우디 안보 의존의 구조적 공존

미군 제5함대가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담당하는 한, 사우디는 완전한 탈미(脫美)를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사우디 F-15·패트리엇 체계는 미국 유지보수·부품 공급망에 묶여 있습니다.

5.2. BRICS 의사결정 지연 리스크

회원국이 11개로 늘면서 거버넌스 복잡성이 커졌습니다. 금리·환율·디지털 통화 표준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사우디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6. 한국에 주는 시사점

6.1. 수소·수처리·스마트시티 동반 진출

사우디 네옴, 앙머르(그린 수소 단지), 지다 레드씨 프로젝트에 한국 플랜트·IT 기업이 다수 참여 중입니다. BRICS 금융라인 활용으로 자금 조달 다변화를 검토해야 합니다.

6.2. 원화·위안화 크로스결제 파일럿

삼성물산·현대건설 등은 사우디·중국 L/C 공동 발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BRICS CBDC 테스트넷을 주시하며, 아중동 교역에 원화 사용 비율을 늘릴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어 해설

  • 사우디 비전 2030: 석유 의존도 축소와 산업 다각화를 목표로 한 국가 개혁 계획.
  • 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에 사우디·이란·UAE 등 6개국이 추가된 확장형.
  • 뉴개발은행(NDB): BRICS가 설립한 다자 개발은행.
  • CBDC: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 노펙 법안: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OPEC·산유국 담합 제재 법안.

자주 묻는 질문

Q1. 사우디가 달러 결제를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은?

원유 시장 유동성·가격 투명성 때문에 전면 중단은 비현실적입니다. 그러나 부분 다변화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Q2. BRICS 공동 통화가 성공할까요?

거버넌스·유동성 문제로 단기 성공은 어렵지만, 디지털 토큰·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이 성숙하면 제한적 영역부터 확산할 수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참고 연구

  • Al-Tamimi, N. (2024). Saudi Arabia’s Hedging Strategy: From Petro-Dollar to BRICS+. Middle East Policy, 31(3), 45-68.
  • Subramanian, A. & Zhang, Y. (2025). Energy Tokenization and the Future of Oil Trade.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139, 102912.
  • Lee, H. (2025). Korea’s Role in the Saudi Green Hydrogen Value Chain. Asian Energy Studies, 12(2), 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