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본 중동과 세계질서 11 – 중동의 대리전과 세계 안보의 불안정

중동

예멘의 후티 드론이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을 타격하고,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가 미군 기지를 위협하며, 시리아와 레바논 상공에서는 이스라엘‧이란 간 공습이 ‘그림자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중동은 대리전(Proxy War)이 일상화된 지역입니다. 2025년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이러한 다층 갈등 구조를 다시 한 번 증폭시켰습니다. 본 글은 사우디, 이란, 터키, 이스라엘 등 역내 강국과 미국‧러시아‧중국 같은 외부 세력이 얽혀 만드는 대리전 구도를 분석하고, 그 여파가 세계 안보와 에너지 시장에 어떤 불안정성을 가져오는지 짚어봅니다.

1. 대리전(Proxy War) 지형의 형성

1.1. 사우디 vs 이란: 종파와 패권 경쟁

사우디는 수니파 맹주를 자임하며 걸프협력회의(GCC)를 통해 역내 안보를 주도해 왔습니다. 반면 이란은 시아파 보호 명분으로 혁명수비대(Quds Force)를 활용해 레바논‧시리아‧예멘에서 영향력을 확대했습니다. 두 국가는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도, 현지 무장조직을 지원해 상대를 소모시키는 ‘타전(타국 전장) 전략’을 구사합니다.

1.2. 미국‧러시아‧중국의 개입

미국은 사우디‧이스라엘과 군사‧정보 동맹을 맺어 이란과 그 대리세력을 억제합니다. 러시아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지중해 접근권을 확보하는 한편, 사우디와 OPEC+ 감산을 조율해 에너지 레버리지를 확보했습니다. 중국은 사우디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이란과도 원유‧군사 협력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2. 주요 대리전 사례 분석

2.1. 예멘 내전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사우디 주도의 아랍연합이 수니파 정부군을,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면서 국제 정규전 양상을 띱니다.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사우디 원유 수출선이 자주 마비돼 글로벌 유가가 출렁입니다.

2.2. 시리아 내전

시리아에서는 러시아‧이란이 아사드 정부를, 미국‧터키‧걸프국이 반정부군 일부와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했습니다. 사우디도 한때 반정부군에 재정을 댔으나, 최근에는 이란과 수교한 뒤 ‘분쟁 관리’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2.3. 이라크‧레바논의 저강도 충돌

이라크 남부 시아파 민병대는 이란 지원을 받고, 서부 수니파 부족은 사우디 연계 인물을 포섭해 세력 균형을 유지합니다. 레바논에선 헤즈볼라(이란 지원)와 사우디가 후원한 수니 정치 세력이 의회‧거리에서 장기 대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3. 세계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파급

3.1. 에너지 공급망 충격

호르무즈 해협 하루 통항량의 20%가 사우디‧UAE 산 원유입니다. 미사일‧드론 공격이 번지면 보험료‧운송지연으로 배럴당 10~15달러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이는 한국 같은 수입 의존국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됩니다.

3.2. 무기 확산과 기술 유출

사우디가 구매한 첨단 무기가 예멘 전장으로, 이란이 제공한 드론 기술이 러시아‧아프리카 분쟁지로 확산된 사례는 대리전이 글로벌 안보 사이클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보여줍니다.

3.3. 디지털‧사이버 전선 확대

사우디 국영기업과 이란 핵시설을 노린 ‘샤문’, ‘스턱스넷’ 해킹은 군사 충돌 없이도 정유‧전력 인프라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4. 대리전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

4.1. 권위주의 체제의 안보 딜레마

사우디와 이란은 내정 불만을 외부 적대시 전략으로 분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리전은 국내 정치용 안전판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4.2. 국제법·유엔 시스템의 한계

대리전에 쓰이는 무장은 흔히 ‘비정규 전투원’에 의해 운용돼 주권 침해 판단이 모호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사우디·미국·러시아·중국 이해가 엇갈려 제재 결의를 채택하기 어렵습니다.

5. 완화 시나리오와 국제적 과제

5.1. 사우디·이란 화해의 지속성

2024년 베이징 합의 이후 사우디 대사가 테헤란에 복귀했고, 이란 관광객 비자 완화가 논의됩니다. 그러나 예멘·시리아 전선에서 실질적 무력 완화가 동반되어야 협력이 공고해질 것입니다.

5.2. 다자 안보 플랫폼 구축

GCC‧BRICS+‧ASEAN+ 중간 형태의 ‘중동 다자 대화체’가 필요합니다. 사우디는 주최국을 자처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지만, 이란‧이스라엘 동시 참여가 관건입니다.

5.3. 에너지·사이버 공동 규범

사우디 국영 아람코와 카타르 에너지, 이란 석유부가 국제해사기구(IMO)와 공동으로 ‘해협 안전 프로토콜’을 마련한다면, 민간 보험사·해운사 참여를 끌어낼 실익이 큽니다.

용어 해설

  • 대리전(Proxy War): 국가가 직접 전쟁에 나서지 않고, 제3국·비정규 세력을 통해 간접 충돌하는 형태.
  • 호르무즈 해협: 사우디·UAE·이라크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원유 수송 요충.
  • 혁명수비대(Quds Force): 이란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특수부대, 대리 세력 지원 담당.
  • GCC: 걸프협력회의, 사우디·UAE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안보·경제 협의체.

자주 묻는 질문

Q1. 사우디와 이란 수교가 중동 대리전을 끝낼까요?

외교 복원이 갈등 완화 계기는 되지만, 예멘·시리아 전장의 실질 이해관계가 조정되어야 전면 종식이 가능합니다.

Q2.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이란은 자주 위협하지만 실제 봉쇄는 역풍이 커서 제한적 충돌·선박 나포 전술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참고 사이트

참고 연구

  • Sullivan, B. (2024). Proxy Warfare and Regional Stability in the Middle East.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47(2), 145-172.
  • Al-Omran, F. (2025). Riyadh and Tehran after Normalization. Middle East Policy, 32(1), 1-28.
  • Kim, J. (2025). Oil Chokepoints and Cyber Vulnerabilities. Energy Security Review, 6(3), 5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