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국제정치·안보·문화 담론에서 이슬람을 빼놓고는 세계질서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무함마드가 7세기 초 아라비아에서 선포한 신앙은 14세기 만에 20억 명이 믿는 거대 종교로 성장했습니다. 이번 글은 시리즈 다섯 번째 편으로, 이슬람의 역사·교리·분파·문화·정치적 의미를 중립적 시각에서 조망합니다. 오리엔탈리즘과 극단주의 프레임을 넘어, 왜 이슬람이 다양한 얼굴로 존재하는지 입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610–632 무함마드 시대: 계시와 공동체 탄생
1.1. 첫 계시와 꾸란의 형성
610년 하이라 동굴에서 무함마드는 천사 지브릴을 통해 이슬람 최초 계시를 받았습니다. 이 계시문은 632년 사망 전까지 약 23년간 단속적으로 전해졌고, 사후 성경적 구전(하프즈)과 우스만 칼리프의 편찬으로 ‘꾸란(Qur’an)’이 완성됐습니다.
1.2. 움마의 기틀과 메디나 헌장
622년 ‘히즈라(헤지라)’라 불리는 메카 탈출 이후, 무함마드는 메디나에서 다종교·다부족 시민과 ‘메디나 헌장’을 체결해 이슬람 공동체(움마)의 법·행정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2. 632–1258 칼리프 시대: 정통성과 분파의 기원
2.1. 정통 칼리프와 시아파·수니파 분기
무함마드 사후 첫 후계자(칼리프)를 둘러싼 갈등이 이슬람 분파를 낳았습니다. 사도 동료(사하바) 합의로 아부 바크르, 오마르, 오스만, 알리가 잇따라 추대됐으나, 알리와 무아위야 충돌 속에서 시아파(알리 정통론)와 수니파(공동체 합의 중심론)가 갈라졌습니다.
2.2. 압바스 혁명과 황금기
750년 압바스 왕조는 바그다드에 수도를 두고 지중해부터 인도까지 이슬람 세계를 연결했습니다. 이 시기 ‘지혜의 집(바이트 알 히크마)’에서 그리스·페르시아·인도 과학서를 번역했고, 대수학·의학·천문학이 급성장했습니다.
3. 이슬람 교리의 핵심: 꾸란·하디스·샤리아
3.1. 오언(五언)과 일치 공동체
이슬람 신학은 ‘타우히드(유일신)’를 정점으로 다섯 기둥(신앙고백·기도·자선·금식·성지순례)을 실천적 의무로 삼습니다. 이 기둥은 종파·인종을 넘어 공동체 결속을 강화합니다.
3.2. 샤리아의 의미와 다양성
샤리아는 꾸란과 하디스를 바탕으로 한 이슬람 법 체계입니다. 수니파 4대 학파(하나피·말리키·샤피이·한발리), 시아파 자파리 학파 등 해석 전통이 달라 각국 법제·문화가 상이하며, 단일 법전이 아닙니다.
4. 분파 스펙트럼: 수니·시아·수피·이바디
4.1. 수니파 다수, 시아파 핵심 지역
전 세계 무슬림의 85% 안팎이 수니파이며, 시아파는 이란·이라크·바레인·아제르바이잔 핵심 지역을 형성합니다. 각 분파는 이슬람 교리에 큰 틀은 공유하나, 후계·예언자 가족(아흘룰 바이트) 위상 해석이 다릅니다.
4.2. 수피즘과 영성 추구
수피즘은 내적 신비 체험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터키 메블라나 룸이야, 인도 차흘리야 트리카 같은 택까가 있습니다. 이슬람의 다원적 전통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4.3. 이바디·아흐마디야 등 소수 분파
오만의 이바디파는 중도 노선을 유지하며, 파키스탄·인도 아흐마디야는 예언자 계속성 논란으로 주류 이슬람에서 이단 규정을 받는 등 종파 지형은 더욱 다층적입니다.
5. 이슬람과 정치: 제국·국민국가·현대 이슬람주의
5.1. 오스만 술탄과 칼리프제 폐지
16세기 이후 이슬람 최고권위 칼리프는 오스만 술탄이 겸임했습니다. 1924년 터키 공화국이 칼리프제를 폐지하며 종교와 국가 분리를 선언했고, 이후 ‘이슬람 근본주의’, ‘세속주의’ 갈등이 본격화됐습니다.
5.2. 무슬림 형제단과 정치 참여
1928년 창립된 무슬림 형제단은 이슬람 윤리와 의회를 조화하려 했으나, 아랍권 군부 독재와 충돌했습니다. 2012년 이집트 대선 승리 후 쿠데타로 축출되며 이슬람주의 정치의 딜레마가 부각됐습니다.
5.3. 극단주의와 지하디즘
알카에다·ISIS 등은 소수 원리주의 해석으로 이슬람 교리를 왜곡해 폭력을 정당화했습니다. 전 세계 무슬림 주류는 이들을 테러 집단으로 규탄하며, 종교를 빙자한 정치적·군사적 운동으로 구분합니다.
6. 문화와 법: 할랄·히잡·샤리아 파이낸스
6.1. 할랄 산업과 글로벌 시장
꾸란 식품 규율을 따르는 할랄 공급망은 2024년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이슬람 문화가 식품·뷰티·관광으로 확장되며 다문화 경제 지평을 넓히고 있습니다.
6.2. 히잡 논쟁과 여성 권리
히잡 착용 의무는 국가·문화별로 다르게 적용됩니다. 튀니지·인도네시아는 자율 착용, 이란·사우디는 법적 의무가 있어 이슬람 여성권 담론이 갈라집니다.
6.3. 샤리아 금융의 원칙
이자(riba) 금지, 불확실성(gharar) 회피를 특징으로 하는 샤리아 파이낸스는 2025년 자산 규모 4조 달러를 돌파할 전망입니다. 이는 이슬람 윤리와 현대 금융의 융합 사례로 주목받습니다.
7. 한국과 이슬람: 교류·도전·기회
7.1. 중동 에너지·방산 협력
한국은 원유·LNG 의존도가 높아 이슬람 국가와 경제 협력이 필수입니다. 방산·스마트시티·수소 프로젝트가 교류 다변화의 핵심으로 평가됩니다.
7.2. 무슬림 인구 증가와 다문화 정책
2024년 기준 국내 거주 무슬림은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며, 할랄 인증·기도 공간 등 문화 수용성이 이슬람 이해도와 직결됩니다.
용어 해설
- 이슬람: ‘복종·평화’를 뜻하는 아랍어, 유일신 알라에 순종하는 종교.
- 꾸란: 무함마드가 받은 계시를 기록한 경전, 114장 6,236절.
- 하디스: 무함마드 언행 전승집.
- 움마: 전 세계 이슬람 공동체.
- 샤리아: 꾸란·하디스를 바탕으로 한 이슬람 법 체계.
자주 묻는 질문
Q1. 이슬람은 폭력적이라는 인식이 왜 생겼나요?
극단주의 단체가 이슬람 용어를 정치·군사 도구로 오용했기 때문입니다. 20억 무슬림 대부분은 평화적이며, 극단주의는 소수입니다.
Q2. 무슬림은 왜 하루 다섯 번 기도하나요?
기도(살라트)는 꾸란이 규정한 의무로, 신과 인간의 끊임없는 소통을 상징합니다.
Q3. 히잡 착용은 강제인가요?
꾸란은 ‘단정한 복장’을 권고하지만, 강제 여부는 국가법·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참고 사이트
- Al-Islam.org: 시아파 경전·연구 문헌
- Pew Research Center Religion: 무슬림 인구·사회 통계
- HalalTrip: 글로벌 할랄 관광·식품 정보
참고 연구
- Esposito, J. L. (2023). What Everyone Needs to Know about Islam. Oxford University Press.
- Mottahedeh, R. (2024). Faith and Power: Shi‘ism in the Modern World. Harvard University Press.
- Kim, H. (2025). Halal Industry and Korean Multicultural Policy. Asian Journal of Comparative Studies, 18(1), 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