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전 SMR 특별법은 무엇인가

SMR 특별법

2025년 6월 12일, 대한민국 국회에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기술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SMR 특별법)이 공식 발의되었습니다. 에너지 안보, 기후 위기, 첨단산업 경쟁력이라는 삼중 과제 속에서 이 법안은 국내외 업계·학계·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본 글은 핵물리학·정책·법률·안보 관점에서 SMR 특별법이 왜 등장했는지, 무엇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파급 효과가 무엇인지 조망합니다.

1. SMR 기술의 이해

1.1. 정의와 분류

SMR은 전기 출력 300 MWe 이하—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의 모듈형 소형 원자로를 뜻합니다. 기존 고출력 경수로가 한 기당 1 GWe급인 데 비해 모듈 단위로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블록처럼 조립하는 것이 차별점입니다.

1.2. 핵심 기술 요소

  • 모듈화 설계: 원자로 압력용기·증기발생기·주변 기기를 하나의 일체형 용기에 통합해 제작 비용과 시공 기간을 대폭 삭감
  • 수동 안전시스템: 전력 공급이 차단돼도 자연대류·중력 등을 이용해 연료를 냉각하는 피동(Passive) 냉각 구조
  • 고효율 연료주기: 저농축 우라늄(< <20 wt% 235U)을 사용하되, 연료 소진율을 높여 재장전 주기를 늘림
  • 다목적 열원: 발전뿐 아니라 수소 생산·지역 난방·담수화·해상 운송 동력으로 확장 가능

2. SMR 특별법 제정 배경

2.1. 글로벌 정책 트렌드

미국은 2020년 ‘Energy Act 2020’으로 SMR 실증 예산을 배정했고, 영국은 2023년 ‘Great British Nuclear’ 이니셔티브를 통해 SMR 3기 도입 로드맵을 확정했습니다. 캐나다·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도 도입 로드맵을 공표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MR 특별법은 한국 산업계를 위한 제도적 패스트트랙으로 평가됩니다.

2.2. 국내 현실과 제도 공백

우리나라는 APR1400 등 대형 상업로 건설 경험이 풍부하지만, SMR은 ‘원자력진흥법’·‘전기사업법’ 체계 안에서 실증 부지 선정·안전 규제·R&D 재정 지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SMR 특별법은 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 실증 허가, 재정·세제 인센티브, 전문 인력 양성을 한꺼번에 묶은 원스톱 법률을 지향합니다.

3. SMR 특별법의 주요 조문 분석

3.1. 국가 기본계획 수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년 주기의 ‘소형모듈원전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기술 개발 방향·재정 조달·국제협력 전략을 명문화합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전력수급계획과 연동됩니다.

3.2. 실증 사업 허가 및 지원

SMR 특별법은 실증 단계에서 가장 큰 난제로 꼽힌 ‘부지 허가’와 ‘안전 심사’ 리드타임을 단축하기 위해, 원안위와 산업부가 공동으로 ‘신속심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또한 실증단지에 대해 국유지 무상 임대를 허용하고, 인근 지자체에는 지방세 감면을 제공합니다.

3.3. 민관협력 및 투자 촉진

국책은행·연기금·민간 VC가 참여하는 ‘SMR 성장 금융펀드’ 조성을 법률로 뒷받침합니다.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술보증기금과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연계 인센티브도 마련됩니다.

3.4. 전문 인력 양성

원자력 공학, 열수력 해석, 핵연료 재처리 등 세부 전공을 아우르는 ‘SMR 융합대학원’ 설립과 정원 확대가 법률 조항에 포함되어, 핵심 인재를 국내에 묶어둘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됩니다.

4. SMR 특별법이 가져올 경제·사회적 효과

4.1. 에너지 안보 강화

국내 전력망은 재생 가능 전원의 변동성으로 운영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모듈 단위로 분산 배치 가능한 SMR은 베이스로드·백업 전원을 동시에 제공해 전력 피크 부담을 완화합니다. SMR 특별법은 이러한 분산형 전원 확산에 필수적인 허브 역할을 맡습니다.

4.2. 수출 산업화 가능성

전 세계 SMR 시장은 2040년까지 최대 600 기가와트·1.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이 규제·실증·금융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면, APR1400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원전 패키지 수출 경쟁에서 앞설 수 있습니다.

4.3. 지역경제 활성화

실증단지 유치는 대전·울산·경북 등 원전 클러스터 지역에 협력 중소기업·연구소·대학을 집적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SMR 특별법은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구조화해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합니다.

5. 논쟁 지점과 위험 요인

5.1. 안전성·폐기물 문제

스탠퍼드대·브리티시컬럼비아대 공동 연구(2023)는 SMR이 단위 전력당 기존 경수로 대비 최대 5.5배의 고준위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SMR 특별법은 별도 폐기물 관리 로드맵을 밝히지 않아, 향후 보완 입법이 필요합니다.

5.2. 경제성 불확실성

미 NuScale Power의 첫 상업 프로젝트(아이다호 주)는 2024년 예산 초과로 일시 중단됐다가 수정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건설 단가·공급망 병목·규제 비용 상승이 반복되면, SMR 특별법이 약속하는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5.3. 사회적 수용성

대전·경주 등 기존 원전 시설 밀집 지역에서는 “핵시설 과밀” 우려로 주민 반대가 나타납니다. SMR 특별법에는 지역주민공청회·피해보상·감시위원회 조항이 담겼지만, 실제 집행 단계에서 투명성 확보와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6. 국제 비교: 해외 도입 사례와 시사점

6.1. 미국: 연방차원의 강력한 재정 지원

DOE는 ‘Advanced Reactor Demonstration Program’으로 SMR 실증에 최대 45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인허가 병목을 줄이기 위해 NRC는 ‘Part 53’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6.2. 영국: 민관 합작 모델

Rolls-Royce SMR은 영국 정부 매칭 펀드를 받아 2030년 첫 상업로 운전을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국가재건펀드(NIF)에서 초기 2억파운드를 지원받았고, 규제기관(ONR)이 단계별 디자인 심사를 병행합니다.

6.3. 캐나다: 주정부 중심의 단계적 실증

온타리오 주는 Darlington 부지에서 GE-Hitachi의 BWRX-300 실증을 추진 중이며, 연방정부가 9억캐나다달러 융자 보증을 제공했습니다. 기술·규제·재정 3각 체계가 조기 리스크를 분산합니다.

7. 향후 과제와 전략 제언

7.1. 다층 규제 샌드박스 구축

인허가-안전시험-실증 운전을 단계별로 묶어 규제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One-Stop Licensing’ 절차를 도입하면 SMR 특별법이 지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7.2. 폐기물 관리 로드맵 명시

핵연료주기 최적화, 소결·정화 기술, 심지층 처분시설 확보 계획을 법 내에 구체화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야 합니다.

7.3. 전략적 국제협력

한미 원자력협정(2015 개정) 범위 내에서 미 국립연구소·기업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IAEA SMR Regulators’ Forum에 적극 참여해 국제 표준을 선도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SMR 특별법은 한국이 차세대 원전 시장에서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잡기 위한 제도적 키스톤입니다. 다만 안전성·경제성·폐기물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고비용·저효율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용어 해설

  • SMR: Small Modular Reactor, 출력 300 MWe 이하의 모듈형 소형 원자로
  • APR1400: 한국형 3세대 대형 경수로, 순출력 1,400 MWe
  • 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의무화된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 제도
  • ONR: Office for Nuclear Regulation, 영국 원전 규제기관
  • Part 53: 미국 NRC의 차세대 원자로 인허가 간소화 규정 초안

자주 묻는 질문

Q1. SMR 특별법이 다른 에너지 관련 법과 중복되지 않나요?

기존 ‘원자력진흥법’은 연구개발 일반 원칙만 규정합니다. SMR 특별법은 실증 부지 허가·금융 지원·민관 펀드 결성 등 구체 절차를 명문화해 실질적 실행력을 부여합니다.

Q2. SMR 특별법이 통과되면 전기요금이 내려가나요?

단기적으로 전기요금 인하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2030년 이후 SMR 상업 운전이 본격화되면 변동비가 낮아 계통 운영비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3. 안전성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정말 높은가요?

내재적(passive) 안전 설계로 특정 중대사고 시나리오를 줄였지만, 부지·시스템 규모가 작아 열제거 한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추가 안전 연구와 국제 표준 검증이 필수입니다.

Q4. 지역 수용성을 높일 해법이 있나요?

이익공유제(전력판매 수익 배분), 주민 모니터링 위원회, 체험형 과학관 조성 등이 거론됩니다. SMR 특별법이 시행령 단계에서 구체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참고 사이트

참고 연구

  • Smith, J. D., & Jones, A. L. (2024). Assessing the viability of small modular reactors: Safety and economic perspectives. Journal of Nuclear Engineering, 12(3), 45–62.
  • Wang, H., Park, Y., & Kim, S. (2023). Waste characteristics of SMRs versus large light-water reactors: A comparative analysis. Energy Policy, 145, 111–120.
  • Lee, K. S. (2025). Policy frameworks for SMR deployment in advanced economies. International Journal of Energy Policy, 38(2), 77–98.
  •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2024). IAEA TECDOC Series – Modular reactors and integrated energy syst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