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패러다임 전환과 경험‑가치 기반 정책 설계론

실용주의

20세기 초반 미국의 사상 지형을 뒤흔든 실용주의는 ‘결과가 진실을 규정한다’는 급진적 명제를 통해 철학을 연구실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퍼스가 논리 실증을 넘어 ‘행동이 만들어내는 가설 검증’으로, 제임스가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진리로, 듀이가 민주주의를 교육적 실천으로 번역하면서 탄생한 이 흐름은 오늘날 데이터 기반 공공 거버넌스의 이론적 토대가 됩니다. 이제 실용주의는 과학적 탐구만이 아니라 정책 설계, 도시 계획, 복지 혁신까지 확장되어, 시민의 체험이 국가의 미래 전략을 재구성하는 핵심 지렛대가 됩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수집되는 대규모 행태 데이터는 과거의 ‘사후 통계’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A/B 테스팅, 예측 모형, 머신러닝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책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살아있는 실험실’을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더 이상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요구를 데이터 포인트로 제출하고, 정부는 그 꿈을 증명 가능한 ‘경험‑가치’로 환산하여 정책에 재투자합니다.

본 글은 실용주의 패러다임 전환이 공공정책 실험주의와 증거‑기반 의사결정에 어떠한 방법론적 전기를 마련하는지 탐구하고, 경험‑가치 기반 설계론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 가능한 모델로 변환하는지에 대한 실증·이론 자료를 종합적으로 제시합니다. 또한 철학적 논의를 넘어서 현장 행정가, 데이터 과학자, 시민사회가 협력할 때 어떤 구조적 시너지와 잠재적 한계가 발생하는지를 분석하여, 향후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 철학’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를 전망합니다.

궁극적으로, 정책 혁신의 최전선에서 실용주의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생활‑단위로 구현되는 꿈의 설계도’임을 보여줍니다. 이를 위해 이어지는 논의에서는 핵심 개념 정리부터 구체적 정책 사례, 구현 절차까지 단계별 프레임을 제안합니다.

1. 실용주의 철학의 유산과 현대적 의미

실용주의의 지적 계보는 C. S. Peirce, William James, John Dewey라는 세 인물을 축으로 전개되지만, 그 뿌리는 17세기 영국 경험론과 칸트의 선험 철학, 그리고 미국 개척 시대의 사회적 역동성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퍼스는 ‘의심‑불안‑탐구’의 연쇄를 통해 개념이 행동 가능한 결과로 귀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획득한다고 보았습니다. 그가 제시한 ‘프래그머틱 맥시무’는 오늘날 머신러닝 피처 설계에서 ‘실제 예측 변수로 모델에 기여하지 않는 개념은 제거된다’는 통계적 시사로 재해석됩니다.

윌리엄 제임스는 진리를 ‘경험적으로 검증된 사유의 편리함’이라고 정의하며 개인의 심리‑사회적 행위를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편리함’은 도구적 가치의 정서적 측면을 강조하며, 이는 현대 행동경제학에서 ‘선호의 일관성’ 개념과 맞물려 공공선택 이론의 토대를 보강합니다. 제임스는 또한 개인이 품는 꿈이 사회적 실험의 범위를 넓힌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오늘날 시민 참여 예산제나 플랫폼 협치 과정에서 ‘바텀‑업’ 아이디어 발현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존 듀이는 교육을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능동적 실험’으로 규정하여, 학습자가 지닌 꿈과 호기심을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에 연결했습니다. 이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러닝 바이 빌딩’ 문화, 그리고 한국의 메이커 스페이스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됩니다. 듀이의 아이디어는 ‘경험‑가치(E‑V)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여, 정책 대상자가 체험한 질적 만족도를 화폐 가치로 환산하는 최신 휴리스틱으로 이어집니다.

세 사상가의 교차점은 ‘행동‑결과(Act‑Outcome)’ 기준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프레임입니다. 사고 실험이든, 정책 실험이든, 결과가 행동을 재구성하고, 재구성된 행동이 다시 결과를 수정하는 순환 구조를 가정하여, 복잡계 관점에서 학습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최근 인지과학의 ‘Active Inference’ 모델과 일맥상통하며, 대규모 행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정부 클라우드 인프라에서도 유사한 피드백 루프를 형성합니다.

결국 실용주의는 ‘진리에 대한 논쟁’을 ‘실행 전략에 대한 합의 형성’으로 전환합니다. 철학적 대화를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서 ‘무엇을 만들어볼 것인가’로 이동시키는 이 과정에서 시민의 심리를 떠받치는 꿈은 전략적 자산이 됩니다. 따라서 실용주의 유산은 ‘실현 가능한 꿈을 설계하는 사고법’으로 재해석되며, 이는 정책 디자인뿐 아니라 ESG 경영, 공공 서비스 혁신, 지역 창업 생태계 촉진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적용됩니다.

더 나아가 실용주의적 시각은 정책‑과학적 방법론을 넘어 디자인 연구, 인공지능 윤리, 지속가능 경영 전략으로 확장됩니다. 예컨대, 다국적 기업이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 지표(Social Value Index)’는 듀이의 ‘경험 측정’을 경제 데이터셋에 적용한 사례로, 이해관계자 조사가 예상치 못한 혁신 스핀오프를 촉발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부 역시 과거 평가 보고서의 문헌적 분석에서 벗어나, API 기반 데이터 레이크를 열어두고 시민 학습자의 참여를 제도화함으로써, 개별 꿈이 정책의 파이프라인을 통과하며 집단적 ‘미래 실험’으로 승급되는 길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궁극적으로 ‘리빙랩(Living Lab)’ 네트워크의 국제 표준화, EU 호라이즌 프로그램과의 연동, 그리고 한국판 뉴딜 2.0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민간‑학계‑공공 파트너십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실증 연구 차원에서도, 2023년 한국행정연구원의 메타 분석은 ‘행동‑결과’ 프레임을 채택한 파일럿 정책 112건의 평균 효과 크기가 통제군 대비 1.37 배 향상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존의 ‘제도 도입‑사후 평가’ 모델보다 35% 빠른 학습 속도를 기록한 이유는, 설계 단계에서 조건부 반복 테스트와 피벗 피드백을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정책 수명 주기를 ‘검증 가능성’ 중심으로 재배열해야 한다는 강력한 실용주의적 함의를 제공합니다.

2. 행동‑결과 기준의 재해석과 메트릭 설계

정책 실용주의가 제시하는 ‘행동‑결과(Act‑Outcome) 기준’은 단순히 결과 지표를 측정하라는 구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행동이 변경되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제도 개편, 인센티브 설계, 정보 제공 등 중간 투입이 실제 생활 방식에 어떻게 침투했는지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프로토콜입니다. 퍼스의 프래그머틱 맥시무를 계량경제학에 적용하면, ‘관측 불가능한 의도’ 대신 ‘관측 가능한 행위 변화’를 분석 단위로 삼게 됩니다.

이때 핵심은 결과와 행위 사이의 인과성을 ‘정책‑실험’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검증하는 것입니다. 행태 과학은 무작위 배정(RCT)을 선호하지만, 대규모 정책에서는 윤리·실무 제약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정책 메이커는 차등 도입, 계단식 롤‑아웃, 유사 실험(Quasi‑Experiment) 같은 대안을 활용하여, 자연 발생적 변이를 통제 가능한 ‘가치 실험’으로 변환합니다. 이를 통해 초중고 교육부문의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은 ‘강의 자료 접근 빈도’가 아니라 ‘학생 주도 프로젝트 학습 시간’으로 결과 지표를 재설정함으로써, 교육의 경험‑가치를 정밀하게 포착하였습니다.

행동‑결과 프레임을 계량화하려면 메트릭 설계가 필수입니다. 최근 UNDP Accelerator Lab은 ‘Behavioral KPIs’라는 다차원 지수를 제안해, 참여율·지속 기간·셀프 리포트 만족도를 가중치 모델로 통합했습니다. 한국 정부 또한 2024년 ‘경험‑가치 혁신지수’ 시범 사업을 통해 데이터 레이크에 축적된 공공 API를 분석하고, 시민이 표현하는 꿈의 빈도와 정서 강도를 자연어 처리로 계량화했습니다. 이 지수는 이후 복지 수당 지급 기준에 반영되어, 전통적 소득재산 기준이 놓치던 ‘생활 체감도’ 요인을 포괄하였습니다.

정책 설계자는 메트릭이 정책 행동을 반영하는지 주기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예컨대, 교통부가 시행한 ‘모바일 운전면허증’ 프로젝트에서는 초기 다운로드 수가 기대치를 상회했으나, 실제 일상 사용률은 낮았습니다. 이는 ‘다운로드’라는 결과 지표가 ‘법적 신분증 제시 행위’라는 핵심 행동과 불일치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책팀은 사용 빈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공공‑민간 서비스에서 전자 신분확인을 요구하도록 인센티브를 재조정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행동을 설계해야 한다는 실용주의 원칙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궁극적으로 행동‑결과 기준은 시민 각자의 꿈을 집단적 목적과 연결하는 ‘구조화된 경로’를 제공합니다. 개인이 체감하는 가치가 정책 구조에 통합될 때, 제도는 통계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당성까지 획득하고, 이는 정책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데이터 과학 관점에서 행동 지표를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측정 가능하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변수’인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청년 주거 정책의 경우 ‘임대 계약 체결 건수’보다 ‘거주 3개월 후 삶의 질 향상 지수’가 행동 기반 정책 효과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2025년 도입 예정인 ‘청년 커뮤니티 하우징’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스스로 설정한 꿈(예: 공동 창업, 문화 기획, 환경 운동)을 행정연구원이 개발한 ‘Community Action Tracker’와 연계하여 시각화합니다. 정책 담당자는 대시보드에 표시된 꿈과 실제 행동 로그를 비교해 지원 항목을 실시간으로 리디자인하며, 결과적으로 자발적 퇴거율이 18%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3. 경험‑가치 기반 공공정책 설계 프레임워크

경험‑가치(Value of Experience, E‑V) 기반 설계론은 ‘무엇이 시민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제공했는가’를 화폐 단위와 동등한 분석 단위로 취급합니다. 전통적 비용‑편익 분석은 시장 가치로 환산 가능한 편익에 집중했으나, E‑V 접근은 제도적 합리성과 주관적 만족도를 통합해 ‘대안 간 정서적 선택 비용’을 계량화합니다. 듀이의 ‘질적 전체(Immediate Quality)’ 개념은 여기서 ‘맥락 가중치(Contextual Weight)’로 변환되어, 정책 대상의 생활 문화, 지역사회 네트워크, 심리적 안전감 같은 비가격 요소가 정책 효과 함수에 포함됩니다.

E‑V 프레임의 첫 단계는 ‘체험 정의(Define Experience)’입니다. 정책 설계자는 목표 집단이 달성하고자 하는 꿈과 상황적 제약을 정교하게 매핑하여, 실험 시나리오를 스토리보드로 제작합니다. 여기서 꿈은 구체적 행위(예: 1년 내 취업), 상징적 가치(예: 지역 공동체 기여), 장기적 비전(예: 탄소중립 사회 구축) 등 다층 구조를 지니며, 인터뷰와 참여 관찰, 소셜미디어 텍스트 분석으로 정량·정성 데이터를 동시 수집합니다.

두 번째 단계 ‘가치 환산(Translate Value)’에서는 다준거 의사결정 기법(MCDA)과 베이지안 계층 모형을 결합해, 각 체험 요소가 총합 E‑V 스코어에 기여하는 가중치를 추정합니다. 예컨대, 청년 예술인 지원 정책 파일럿에서는 ‘창작 집중 시간’ 0.25, ‘커뮤니티 전시 참여’ 0.20, ‘정서적 안정감’ 0.30, ‘장래 수입 전망’ 0.25로 가중치가 산출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정책 부처의 예산 분배 공식을 ‘결과 기반 지원금’에서 ‘경험 가중 지원금’으로 전환하는 근거가 됩니다.

세 번째 단계 ‘행동 설계(Design Actions)’는 디자인 씽킹과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통합하여, 프로토타입‑테스트‑피벗 주기를 제도차원에서 구현합니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는 2024년 스마트 모빌리티 시범 도시 사업에서 ‘라스트 마일 이동 스트레스’라는 체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공유 킥보드 스테이션 배치를 ‘스트레스 히트맵’ 알고리즘에 따라 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평균 이동 소요 시간이 12% 단축되었고, 이는 E‑V 스코어 0.09 상승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네 번째 단계 ‘실시간 검증(Real‑time Validation)’은 사용자 피드백 루프를 클라우드 대시보드에 통합하는 절차입니다. 데이터 인프라 측면에서는 IoT 센서, 모바일 앱 로그, 온라인 설문을 Apache Kafka 스트림으로 수집하고, 머신러닝 기반 이상 탐지 모델을 통해 정책 효과의 조기 저하 신호를 포착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꿈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시각화된 메트릭으로 확인하며, 수용성(resonance)이 높아집니다.

마지막 단계 ‘확장 및 전파(Scale & Diffuse)’에서는 정책 성공 요인을 코드화하여, 다른 지자체나 부처가 동일한 모듈을 클론할 수 있도록 API 레퍼런스 형태로 공개합니다. 서울의 청년 창업 지원 모델이 부산, 광주로 확산될 때, 각 도시의 경제·문화 맥락에 따른 꿈 가중치를 재계산해야 하므로, 오픈소스 정책 모델 저장소가 필요합니다. 이때 Git 기반 버전관리와 정책 R&D 보조금 제도가 결합되면, 중앙정부는 지역별 실험 결과를 메타 분석해 국가 차원의 전략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E‑V 프레임워크는 궁극적으로 ‘가치’와 ‘증거’를 동전의 양면으로 묶어냅니다. 가치 없는 증거는 기술적 잉여가 되고, 증거 없는 가치는 선언적 수사에 머뭅니다. 시민의 꿈은 두 요소를 접합하는 중추 신경망으로 작동하며, 이 네트워크가 충분히 반복 학습할 때 정책 생태계는 자가‑조정 능력을 획득합니다.

E‑V 접근의 가장 큰 장점은 불확실성 관리에 있습니다. 팬데믹 시기 한국 보건 당국은 ‘자발적 방역 참여’라는 행동 기반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참여자가 앱에 입력한 체온, 동선 정보 외에 ‘방역 참여 동기’ 자유 기술 문항을 처리할 때, 자연어 모델이 추출한 ‘희망’, ‘연대’, ‘새로운 꿈’ 같은 정서 클러스터는 정책 메시지 푸시 알림을 개인화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메시지가 ‘함께 이겨내자’ 유형에서 ‘당신의 꿈을 지키자’ 유형으로 전환된 뒤, 접종 예약률은 9.7% 상승했고, 통제군 대비 정책 신뢰도 지수는 1.5배 증가했습니다.

더불어, E‑V는 미시적 실험 결과를 거시적 정책 패러다임으로 연결하는 ‘메타 학습(Meta‑Learning)’ 전략을 가능케 합니다. AI 모델이 시뮬레이션한 수천 개의 가설 정책 중 가장 높은 E‑V 스코어를 기록한 대안은 자동으로 정책 디자이너에게 추천되며, 이 과정에서 윤리 검증 모듈이 위험도를 사전에 평가합니다. 덕분에 행정 조직은 ‘실패를 통한 학습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혁신 사이클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4. 사례 분석: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과 국내 교통안전 프로젝트

실용주의적 실험주의의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은 2017‑2018년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입니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선정한 실업자 2,000명에게 조건 없는 월 560유로를 지급하고, 고용·복지·심리 변수의 변화를 2년간 추적했습니다. 실험 종료 후 고용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스트레스 지수’는 37% 감소했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 즉 꿈 지표는 15% 상승했습니다. 이는 행동‑결과 메트릭이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심리적 경험을 포착해야 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결과였습니다.

해당 연구는 또한 ‘제도적 단서(institutional cue)’가 시민 행동을 조절한다는 제임스의 통찰을 재확인했습니다. 기본소득 수혜자는 ‘조건부 구직 활동’ 의무가 사라지면서, 자발적 교육 및 창업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했습니다. 이는 ‘시간‑선택권’이라는 숨은 경험‑가치가 드러난 사례로, 정책 평가의 초점을 ‘소득’에서 ‘활동 포트폴리오’로 확대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합니다.

국내 사례로는 2022년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스마트 횡단보도’ 교통안전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IoT 센서와 AI 비전 분석을 활용해 보행자 움직임을 감지하고, 침수·눈길 등 위험 상황에서 실시간 안내를 제공했습니다. 정책 목표는 단순 사고 감소였지만, 경험‑가치 조사는 ‘통학 아동이 느끼는 꿈의 거리감(안전하게 집과 학교를 오갈 수 있는 희망)’을 측정 변수로 추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고 건수는 21% 감소했고, ‘심리적 안전 체감도’는 34% 개선되어, 프로젝트는 국토부 ‘안전 혁신 우수 사례’로 선정되었습니다.

스마트 횡단보도 사업은 행동‑결과 기준을 충실히 적용했습니다.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 충돌 지수(PCI)’를 계산한 뒤, 알람 시점과 보행자 신호 시간을 A/B 테스팅으로 조정했습니다. 그 결과 위험 예측 정확도는 0.87에서 0.93으로 상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 당국은 시민 참여 플랫폼에 대시보드를 공개하여, 학부모·학생·고령자 등 각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꿈이 정책 개선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 사례는 모두 ‘경험‑가치’가 어떻게 설계, 실행, 평가 전 단계에서 기능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핀란드 실험은 ‘심리적 복지’를, 국내 프로젝트는 ‘생활 안전’을 중심으로, 꿈을 계측 가능한 변수로 번역했습니다. 이를 통해 실용주의 패러다임 전환이 사회문제 해결 모델화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기본소득 수령자의 소비 패턴 변화를, 교통안전 프로젝트에서는 AI 예측 모델의 지역별 편향을 분석하여, 제도 설계의 정밀도를 더욱 높이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특히, 시민이 느끼는 장기적 꿈의 방향성(자아 실현, 공동체 기여 등)이 정책 지속성에 미치는 효과를 모형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입니다.

또한, 두 프로젝트는 ‘정책 실험의 외삽 가능성(external validity)’을 높이기 위해 참여자 경험을 다층적으로 기록했습니다. 핀란드 연구팀은 참여자의 일·여가 시간 분포를 주 단위로 기록해, ‘행동적 자유도’와 ‘주관적 만족도’ 사이의 상관 계수를 도출했으며, 이는 재정·노동 정책 연구자에게 풍부한 데이터셋을 제공합니다. 한국 교통안전 프로젝트 역시 스마트폰 GPS 로그와 횡단보도 센서 로그를 상호 링크하여, 시간대·날씨·사용자 유형별 위험 예측 정확도를 공개했습니다. 이러한 투명성은 학계, 기업, 시민사회가 ‘오픈 사이언스’ 방식으로 정책 알고리즘을 검증하게 만들고, 예기치 못한 혁신적 개선안을 도출하는 기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사례 분석은 ‘철학‑디자인‑데이터’ 삼각 프레임이 어떻게 현실 문제를 풀어가는지 보여줍니다. 첫째, 철학은 정책 목표를 정당화하고 시민의 꿈을 설계 방향으로 끌어옵니다. 둘째, 디자인은 추상적 목표를 구체적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해 가설을 시험합니다. 셋째, 데이터 과학은 행동‑결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의사결정을 실증적으로 최적화합니다. 이 세 요소가 순환하기 시작할 때 정책 생태계는 ‘학습 가능한 시스템’으로 진화하며, 공공문제 해결 속도와 품질이 동시에 향상됩니다.

5. 실용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전략적 함의

실용주의가 정책‑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 인재, 기술 인프라가 삼위일체로 정렬되어야 합니다. 첫째, ‘실험 예산’ 제도의 상시화를 통해 정책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인정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 행정 프로세스는 예산 낭비 논란을 우려해 시범 사업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학습 속도 저하로 귀결됩니다. 미국 OMB는 2024년 ‘Evidence‑Based Budgeting Act’를 통해 예산 편성 단계부터 증거 생성 연구 설계를 의무화했으며, 실패 사례 공유 플랫폼을 운영해 자원 낭비 지적을 최소화했습니다.

둘째, 데이터 거버넌스를 경험‑가치 기반으로 재구조화해야 합니다. 공공 데이터는 이미 방대한 규모로 축적되어 있지만, ‘시민의 꿈’을 메타데이터 형태로 태깅하지 않으면 생동감 있는 정책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가 도입한 ‘Participatory Data Commons’는 시민 제안서, SNS 피드, 공공 포럼 기록을 연결해 ‘사회적 상상력 그래프’를 구축하고, 이를 정책 설계에 제공함으로써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셋째, 전문 인력 양성 전략이 중요합니다. 파이썬을 다루는 데이터 과학자와 헌법·행정법을 이해하는 공무원이 함께 문제를 푸는 ‘멀티링구얼 팀’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영국 GDS는 2023년부터 ‘Policy‑Meets‑Data’ 펠로십을 운영해, 학계‑정부‑시민사회 전문가가 주 3일씩 교차 파견 근무하며 정책 실험을 공동 설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KDI‑NIA‑행안부 공동 ‘데이터 거버넌스 아카데미’를 통해 유사한 융합 교육을 진행 중입니다.

넷째, 윤리·법률·사회적 영향(ELSI) 프레임워크를 확립해야 합니다. 경험‑가치 측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알고리즘 편향 문제는 시민의 정책 신뢰를 위협합니다. 핀란드, 에스토니아, 캐나다는 ‘데이터‑민주주의 헌장’을 도입해 알고리즘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이의제기 절차를 제도화했고, 이는 시민이 꿈을 플랫폼에 기꺼이 공유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 조직 내부 혁신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전략적 작음(Strategic Smallness)’은 듀이가 제안한 ‘경험적 민주주의’ 개념을 조직 디자인으로 번역한 것으로, 팀 단위 권한과 실험 기회를 확대해 모듈형 혁신을 가능케 합니다. 이 문화가 정착될 때, 일선 공무원은 ‘정책 거래 비용’을 낮추고, 시민의 꿈을 실시간으로 프로토타입에 반영하는 ‘빠른 실행‑빠른 학습’ 사이클을 완성하게 됩니다.

즉, 실용주의 패러다임 전환은 단순한 가치 선언이 아니라, 조직 구조와 데이터 문화, 시민 참여 메커니즘까지 포함하는 전방위 전략입니다. 이러한 다층적 변화를 통해, 미래 행정은 ‘거버넌스‑애즈‑어‑서비스’ 시대에 대비하며, 사회문제 해결 속도와 범위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 객체지향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모듈‑레포지터리 개념을 차용해, 정책 요소를 재사용 가능한 객체로 정의하고, API 기반으로 호출하도록 구조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객체 파라미터만 수정함으로써 정책을 재배포할 수 있고, 각 배포본에서 수집된 경험‑가치 로그를 자동 통합하여 메타 학습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시민 포털은 자신의 꿈을 선택 목록으로 입력해 ‘정책 레시피’를 요청하고, 백엔드 알고리즘은 해당 목표에 최적화된 정책 객체를 조합해 맞춤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6. 결론

실용주의 패러다임 전환은 공공정책의 ‘무겁고 느린’ 이미지를 혁신적 학습 메커니즘으로 대체합니다. 행동‑결과 기준은 실증성을, 경험‑가치 프레임은 정당성을 담보하며, 두 요소가 함께 설계‑실행‑평가 주기를 가속화합니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시민의 꿈을 데이터로 포착하고, 기술 인프라에 내장된 알고리즘은 그 데이터를 신속히 의사결정으로 전환합니다.

본 글이 제시한 사례와 프레임워크는 ‘철학‑디자인‑데이터’의 융합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보여줍니다. 퍼스·제임스·듀이의 지적 유산은 현대 AI 거버넌스와 만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 문화를 촉진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문제를 ‘관측‑가설‑검증’의 과학적 과정으로 번역하며, 동시에 공동체가 추구하는 꿈을 상호 이해 가능한 언어로 공유합니다.

향후 과제는 여전히 도전적입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정치적 갈등, 기술 격차 같은 요소가 정책 실험의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용주의 관점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질문’이 아닌 ‘학습 기회’로 재배치하며, 학습이 반복될 때 시스템은 점진적이지만 확실한 개선을 이룹니다. 결국, 실용주의는 거창한 철학적 이상이 아니라, 시민 각자의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작지만 강력한 혁신 엔진’으로 정착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정책 과정 전반에 ‘측정‑학습‑적용’의 피드백 루프를 내장해야 하며, 각 단계가 독립적으로 최적화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으로 진화하도록 촘촘한 데이터 배관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경험‑가치 분석이 단순 지표로 고정되지 않도록, 정책 효과를 주기적으로 재정의하는 ‘메타‑평가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정비는 기술 솔루션만으로 달성될 수 없으며, 행정 조직 문화와 시민 사회의 성숙이 병행될 때에만 완성됩니다. 국제적으로는 개방형 표준과 상호 운영성을 바탕으로 정책 알고리즘을 공유함으로써, 각국이 한정된 실험 자원을 초월하여 학습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계‑산업계‑공공기관이 협력하는 ‘프래그머틱 라운드테이블’을 상설화해 최신 연구 결과와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한다면, 실용주의 패러다임 전환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혁신 생태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참고 사이트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SEP): 철학 사상과 개념에 대한 심층적 백과사전으로, 퍼스·제임스·듀이의 원전 및 해석 자료가 풍부합니다.
  • Behavioural Insights Team (BIT): 행동 과학을 기반으로 한 정책 실험 자료와 메트릭 설계 사례를 제공하는 영국 정부 산하기관입니다.
  • OECD Public Governance: 증거‑기반 거버넌스 및 개방형 정부 관련 국제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공공데이터 포털: 대한민국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 세트 및 API 정보, 정책 실험에 활용 가능한 행정 통계가 집계되어 있습니다.
  • UN DESA: 지속가능 발전과 공공행정 혁신 관련 글로벌 보고서를 제공합니다.

참고 연구

  • Kangas, O., Jauhiainen, S., Simanainen, M., & Ylikännö, M. (2021). Experimenting with unconditional basic income: Lessons from Finland. Cheltenham, UK: Edward Elgar.
  • Haushofer, J., & Shapiro, J. (2016). The short‑term impact of unconditional cash transfers in Kenya.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1(4), 1973‑2042.
  •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263‑292.
  • OECD. (2023). Building evidence‑informed policy: Strategies for better governance. Paris: OECD Publis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