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수천 건의 법안 발의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법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또는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를 한 뒤에는 부처 간 협의, 국회 심사, 대통령 재가 등 복잡한 절차가 이어집니다. 본 글은 최신 통계와 실제 사례를 토대로 법안 발의에서 법률 공포까지 전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법안 발의의 개념과 중요성
법안 발의란 입법권을 가진 주체가 새로운 법률 제정 또는 기존 법률 개정을 위해 공식적으로 의안을 제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주체는 행정부(정부 발의)와 국회의원(의원 발의) 두 갈래입니다. 정부 발의는 부처 정책과 예산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실행력이 높은 반면, 의원 발의는 민의 반영과 견제 기능이 강점입니다.
최근 22대 국회(2024.5~) 들어 의원당 평균 22건의 법안 발의가 이뤄졌으나, 연간 처리율은 14.1%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법안이 실제 법률로 완성되기까지 절차적 허들을 넘어서야 함을 보여줍니다.
2. 법안 발의 단계
2.1. 정부 주도 법안 발의 절차
각 중앙부처는 정책 수립 단계에서 입법 필요성을 검토해 법안 발의 초안을 마련합니다. 이후 관계부처 협의(약 10일 이상), 규제심사(15~20일), 입법예고(40~60일) 등을 거쳐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 의결로 국회에 제출됩니다. 행정부 내부 절차만 평균 5~7개월이 소요됩니다.
2.2. 의원 주도 법안 발의 절차
국회의원 1인 단독 또는 10인 이상의 동의로 법안 발의가 가능합니다. 발의된 법안은 국회의장 접수 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의원 발의 법안은 정부와 달리 부처 협의 과정이 없지만, 국회 심사 단계에서 정부 의견을 필수적으로 청취합니다.
3. 국회 심사 프로세스
3.1. 상임위원회 심사
상임위원회는 소관 부처 공무원, 이해관계자, 전문가를 호출해 공청회·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법안 발의 취지와 현실 가능성을 집중 검증합니다.
3.2. 법제사법위원회(체계·자구 심사)
모든 법률안은 법사위에서 헌법합치성, 문장·용어 등을 최종 점검합니다. 평균 615일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3.3. 본회의 의결
재적 300명 중 과반 출석·출석 과반 찬성으로 가결됩니다. 그러나 21대 국회 전체 가결률은 29.31%에 그쳤습니다. 결국 많은 법안 발의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됩니다.
4. 대통령 재가와 공포
국회 통과 후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해야 법률 효력이 발생합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국회가 재의결(재적 3분의 2)해야 합니다. 최근 AI 기본법은 2024년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해 2025년 1월 10일 자동 공포됐습니다. 법안 발의가 첨단 기술 규율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입니다.
5. 사례와 통계로 보는 법안 발의
5.1. 2024년 국회의 법안 발의 통계
2024년 한 해 의원·위원장·정부를 합쳐 6,525건의 법안 발의가 있었으며, 919건만 처리되었습니다. 처리율 14.1%는 OECD 평균(38% 내외)과 큰 격차를 보입니다.
5.2. AI 기본법 제정 사례
AI 기본법은 데이터 거버넌스, 알고리즘 투명성, 윤리위원회 설치 의무 등을 규정하며, 유럽연합 AI법을 참고했습니다. 국회 여야가 7개월간 공동 워킹그룹을 운영해 신속히 합의했는데, 이는 평균 처리기간 615일 대비 대폭 단축된 법안 발의 성공 모델로 평가됩니다.
6. 국제 비교 및 개선 방향
CSIS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한국 법률안 제정률은 29.2%로 EU 평균 60% 수준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입법 효율 제고를 위해 ▲상임위 전담 연구위원 확충 ▲통합 영향평가 제도화 ▲디지털 법안 작성 플랫폼 도입 등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없이 단순한 법안 발의 증가는 입법 난맥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7. 결론
법안 발의는 사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지만, 제정까지는 다층적인 검증과 협력이 필수입니다. 정부·국회·시민 사회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업한다면, 대한민국 입법 절차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용어 해설
- 법안 발의: 정부 또는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공식 제출하는 행위
- 상임위원회: 국회 내 소관 분야별 상설 위원회
- 법제처: 정부 입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중앙행정기관
- 재의결: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국회가 다시 의결하는 절차
- AI 기본법: 2024년 제정된 「인공지능 발전 및 신뢰 확보 기본법」
자주 묻는 질문
Q1. 정부 발의와 의원 발의 중 어느 쪽이 통과 가능성이 높나요?
정부 발의 법률안은 부처 협의와 예산 배경이 이미 확보돼 있어 처리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반면 의원 발의는 정책 아이디어 다양성이 장점이나 실무 타당성 검증이 부족해 폐기율이 높습니다.
Q2.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자주 있나요?
헌정사 전체로 보면 거부권은 드문 편입니다. 다만 최근 정치 양극화로 주요 개혁 법안에 대한 거부권 발동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Q3.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나요?
법령에 따라 40일이 원칙이지만, 긴급한 경제·안보 사안일 경우 국무회의 의결로 기간을 단축하거나 생략할 수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현행 법안 현황과 심사 단계별 진행 상황 제공
- 법제처: 정부 입법 절차·지침·표준안 수록
- KLRI 국가법령정보센터: 전자법령 검색·원문 제공
- CSIS: 한국 입법효율성 국제 비교 보고서 다수 제공
- Shin & Kim: AI 기본법 등 최신 입법 브리프
참고 연구
- National Assembly Research Service. (2024). Analysis of Legislative Activities of the 21st National Assembly (Report No. 22-11). Seoul, South Korea.
- Cha, V. (2024). South Korea’s 2024 General Election: Results and Implication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 Shin & Kim. (2024). AI Basic Act Newsletter 2667. Seoul,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