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대한민국 국회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맞춰 두 개의 굵직한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6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7월 발의를 목표로 정무위원회가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 혁신법이 그것입니다. 두 법안은 거래소 규제에 머물렀던 기존 질서를 넘어 발행·공시·보호·산업육성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규범 체계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혁신법이 등장한 배경, 핵심 내용, 찬반 논쟁, 국제 비교, 그리고 향후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1. 입법 배경 및 필요성
디지털자산 시장 규모는 2025년 6월 현재 약 2.5조 달러로 평가되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송금망에서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2023년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1단계에 머물러 발행 단계의 공시, 준비자산 관리, 사후 대응체계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디지털자산 관련 공백을 보완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혁신 서비스 유출을 막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가 본격적인 종합법 제정에 나선 것입니다.
2. 디지털자산 기본법 세부 내용
2.1. 법안 발의 경과
민병덕 의원은 6월 10일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대표 발의하면서 “시장에 헌법에 해당하는 규율 틀을 제시해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스테이블코인 사전 인가제, 백서 통합공시,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2.2. 주요 조항
- 디지털자산 정의 및 범주 설정: 블록체인 기반 가치 저장 및 이전이 가능한 모든 자산을 포괄
- 발행·매매·보관 등 9개 업종 인허가 체계 구축
- 스테이블코인 최소 자기자본 5억 원, 100% 준비자산 보유 의무
- 백서·사업 설명서 통합공시, 허위 공시 시 손해배상 책임
-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민간 위원 과반, 정책·감독·분쟁조정 기능 수행
3. 디지털자산 혁신법 핵심 포인트
3.1. 규제 강화와 완화 요소
정무위원회가 6월 17일 공개 설명회를 통해 소개한 디지털자산 혁신법은 기본법을 한층 구체화한 확장판으로, 특히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자기자본 요건은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했고, 업종별로는 매매·중개업 10억 원, 수탁업 5억 원 등 차등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혁신 저해 우려를 감안해 샌드박스 조항과 해외 진출 요건 완화 조항도 포함했습니다.
3.2. 위원회 구조와 감독 체계
혁신법은 기본법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금융위원회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로 전환해 금융정책과의 연계성을 높였습니다. 한국은행에는 준비자산 자료 제출 요구권이, 금융감독원에는 현장 검사권이 부여되어 기관 간 권한 충돌을 최소화하고 실질 감독 능력을 강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4. 국제 비교와 시사점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증권 규제 틀 안에서 관리하며, EU는 2024년 발효된 MiCA 규정으로 공시·자본·준비금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자율규제에 방점을 두되 시스템적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통화청(MAS)이 개입하는 구조입니다. 국내 디지털자산 입법은 미·EU보다 높은 자기자본 기준을 제시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위원회 내 민간 참여를 확대해 글로벌 흐름과의 균형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5. 찬성 입장
찬성 측은 첫째, 투자자 보호입니다. 공시 의무와 자본 적정성을 법제화함으로써 루나·테라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둘째, 산업 신뢰도 제고입니다. 명확한 라이선스 체계는 기관 자금을 끌어들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결제·송금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셋째, 정부·민간 협치 모델입니다. 디지털자산위원회에 민간위원 과반을 두어 현장성 높은 규제를 유도하고, 자율규제기구와 연계해 과도한 관치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6. 반대 입장
반대 측 논리는 주로 규제 비용과 혁신 저해에 집중합니다. 스타트업에게 10억 원 자기자본 요건은 과중하며, 기술 기반의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한국은행·금융위·금감원이 동시에 관여할 때 행정 절차가 복잡해져 시장 반응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자본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이전해 국내 디지털자산 생태계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7. 향후 일정과 전망
정무위는 7월 임시회에서 디지털자산 혁신법을 공식 발의하고, 하반기 내 소위원회·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야 간 큰 쟁점이 없는 만큼 연내 제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세부 조항, 특히 준비자산 종류와 비율, 해외 사업자의 공시 범위 등에서 추가 협상이 예상됩니다. 법안이 확정될 경우 6~12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6년 상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용어 해설
-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등에 기록되어 전자적으로 거래·이전·저장되는 가치 표현 수단.
-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나 자산의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디지털자산.
- 자기자본 요건: 사업자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해야 하는 최소 자본.
- 백서(White Paper): 발행 목적, 구조, 위험 등을 기재한 디지털자산 공시 문서.
- 디지털자산위원회: 정책·감독·분쟁조정 등을 담당하는 정부·민간 합동 기구.
자주 묻는 질문
Q1.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혁신법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기본법은 정의와 틀을 제시하는 ‘프레임워크’ 법률이며, 혁신법은 자본 요건 상향, 감독 권한 강화 등 세부 실행 규범을 담은 ‘실행’ 법률입니다.
Q2. 스테이블코인 자기자본 10억 원 기준은 왜 필요한가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지급결제 수단으로 쓰일 경우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예기치 못한 대규모 환매 수요에 대비할 최소 버퍼로 10억 원을 제안했습니다.
Q3. 해외에서 이미 발행된 디지털자산도 공시 의무 대상인가요?
혁신법안 초안은 국내 투자자 대상 판매·홍보를 진행하는 해외 디지털자산 역시 백서 보완 또는 별도 설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 LawTimes: 디지털자산 기본법 전문 요약과 법률 해설 제공
- 한겨레: 혁신법 설명회 및 정치권 논의 과정을 심층 보도
- ZDNet Korea: 국회·산업계 토론회, 기술·정책 트렌드 분석
- OECD: 블록체인·디지털자산 국제 정책 가이드라인
- European Central Bank: MiCA 등 유럽 디지털자산 규제 자료
참고 연구
- Lee, J.-H., & Kim, Y.-S. (2025). Regulatory approaches for stablecoins: A comparative study. Journal of Financial Regulation, 15(2), 45–67.
- OECD. (2024). Handbook on blockchain and digital assets. OECD Publishing.
- European Central Bank. (2023). Crypto-assets and CBDC: Policy imp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