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본 중동과 세계질서 4 – OPEC, 석유를 무기로 만든 조직

OPEC

산유국들이 손을 잡아 세계 경제의 핵심 고리를 움켜쥐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바로 196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창립된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입니다. 이는 단순한 ‘석유 수출국 협의체’가 아닌, 원유를 정치·경제적 무기로 전환시켜 글로벌 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주체로 평가받습니다. 본 글은 시리즈 네 번째 편으로, OPEC의 탄생 배경과 조직 구조, 유가 통제 전략, 미·중·러와의 에너지 패권 경쟁, 그리고 2025년 현재 마주한 새로운 도전 과제까지 입체적으로 조망합니다.

1. 1960–1973. OPEC의 탄생과 교섭력 확보

1.1. 메이저스 체제에 대한 반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석유 시장은 ‘세븐 시스터스(Exxon, Shell 등 7대 메이저)’가 유가·물량·인프라를 독점했습니다. 산유국들은 세전 수익의 50%만 배당받았고, 생산 결정권조차 없었습니다. 1960년 9월 이라크·이란·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는 OPEC을 창설해 환율·관세·임대료 인상에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습니다.

1.2. 최초의 성공, 1963년 탱커 요금 인상

OPEC 회원국들이 일제히 탱커 임대료 12% 인상을 요구하자, 메이저스는 결국 수용했습니다. 이는 “산유국도 가격 결정권을 가진다”는 신호탄이 되었고, 이후 각국은 석유법 개정을 통해 국유화 지분을 25%→50%로 늘렸습니다.

2. 1973–1985. 석유 무기화와 가격 혁명

2.1. 1차 오일쇼크: 유가 4배 인상

1973년 욤키푸르 전쟁에서 미국‧네덜란드가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아랍 OPEC 회원국은 원유 금수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5개월 만에 유가는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폭등했고, 서방은 저성장·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습니다.

2.2. 2차 오일쇼크: 이란 혁명과 공급 불안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일일 500만 배럴이 시장에서 이탈하자, OPEC 공통 목표 가격은 14.5달러에서 단숨에 34달러로 올랐습니다. 석유는 더 이상 ‘지하자원’이 아닌 ‘지정학적 무기’임이 증명됐습니다.

3. 1986–1999. 가격 전쟁과 내부 균열

3.1. 사우디의 물량 공급 카드

1980년대 후반, 비(非)OPEC 생산국(북해·멕시코·중국)이 급부상하자 유가는 급락했습니다. 사우디는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생산량을 늘려 1986년 유가를 50% 폭락시켰고, 예산 적자에 시달리던 나이지리아·베네수엘라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3.2. 쿼터 시스템의 탄생

회원국 간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1983년부터 OPEC은 생산쿼터제를 도입했습니다. 총량을 설정하고 국가별 할당량을 배분했지만, 가격 방어보다 국내 재정이 급했던 국가들은 종종 초과 생산해 갈등이 지속됐습니다.

4. 2000–2014. 원자재 슈퍼사이클과 OPEC+

4.1. 중국 수요와 147달러 시대

중국·인도의 산업화는 원유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렸습니다. 2008년 국제 유가는 147달러까지 상승했고, OPEC 재정 흑자는 연간 1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4.2. OPEC+의 등장: 러시아의 합류

2001년 러시아‧멕시코‧노르웨이가 감산 협의에 참여했고, 2016년 정식 ‘OPEC+’ 체제로 확대됐습니다. 러시아는 하루 1,000만 배럴을 생산해 실질적 공동 리더가 되었고, 감산 이행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5. 2014–2020. 셰일 혁명과 전략 재편

5.1. 셰일 오일 쇼크

미국 셰일 생산이 1,500만 배럴에 육박하자 2014년 유가는 110달러에서 50달러 아래로 폭락했습니다. 사우디는 가격 방어보다 셰일 경쟁력 약화를 선택했고, OPEC은 2016년까지 ‘물량 게임’을 벌이다가 재정 압박을 실감하고 급감산으로 전환했습니다.

5.2. 코로나19와 마이너스 유가

2020년 팬데믹으로 수요가 증발하자 서부텍사스유(WTI)는 사상 최초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OPEC+는 하루 970만 배럴 감산 합의로 시장 붕괴를 막았으나, 경제 충격으로 회원국 재정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6. 2021–2025. 다극화와 탈탄소 시대로의 전환

6.1. 사우디·UAE vs 러시아: 전략 이견

2022년 이후 전기차 확산, ESG 투자 확대로 석유 수요 정점론이 제기되자, 사우디·UAE는 가격 유지보다 현금화 전략을 선호합니다. 반면 러시아는 제재로 현금 유입이 제한돼 고유가 유지에 집중하며 OPEC+ 내부 균열이 심화됐습니다.

6.2. 그린 전환과 카본 리스크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일일 9,800만 배럴로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OPEC 회원국들은 탈탄소 세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소·재생에너지·탄소 포집 기술에 투자 중입니다.

7. OPEC의 국제정치적 함의

7.1. 원유 가격 = 지정학 레버리지

OPEC 감산·증산 결정은 인플레이션·달러 가치·신흥국 부채를 동시에 흔듭니다. 2023년 감산 발표 직후 미국 CPI는 0.4%p 상승, 인도·튀르키예 환율은 3% 약세를 기록했습니다.

7.2. 패권 경쟁의 관측 창

중국은 위안화 결제를, 미국은 전략비축유(SPR) 방출과 셰일 생산을 무기로 OPEC 영향력을 견제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상단이 90달러로 고착된 배경에는 이러한 힘의 삼각 구도가 있습니다.

8. 한국의 대응 전략

8.1. 공급선 다변화와 액화천연가스(LNG)

한국 원유 수입의 68%가 아직 OPEC 회원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리스크 분산에는 동남아‧미국산 블렌드, 카자흐스탄 CPC 원유, LNG 확대가 필요합니다.

8.2. 방산·스마트 시티·수소 협력

아람코·UAE ADNOC는 화석연료 수익으로 방산·스마트 시티, 블루 수소 투자에 집중합니다. 한국 기업은 K-방산 패키지, 수전해·암모니아 연계 프로젝트에 진출 기회를 모색해야 합니다.

용어 해설

  • 세븐 시스터스: 1960년 이전 국제 석유 시장을 독점한 7대 메이저 회사.
  • 쿼터제: OPEC이 회원국별 생산량을 할당하는 제도.
  • OPEC+: 2016년부터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여 개 비회원 산유국이 결성한 협의체.
  • 셰일 오일: 수평 시추와 수압 파쇄로 생산되는 비재래식 원유.
  • 카본 리스크: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화석연료 자산이 조기 가치 상실 위험.

자주 묻는 질문

Q1. OPEC이 유가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나요?

시장 점유율이 40% 수준이라 절대 권력은 아니지만, 감산 뉴스만으로도 기대심리를 움직여 단기적 가격 레버리지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Q2. 비OPEC 생산국이 늘어나면 조직은 무력화되나요?

장기적으로 가격 영향력은 줄어들겠지만, 생산비용이 낮은 중동 석유는 여전히 최후의 공급자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Q3.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OPEC은 해체될까요?

수요가 줄어도 항공·석 petrochemical 수요는 당분간 유지됩니다. 오히려 회원국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더 결속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참고 연구

  • Fattouh, B. (2023). OPEC+ and the Future of Oil Governance. Energy Policy, 180, 113-312.
  • Mitchell, J., & Stevens, P. (2024). Oil Producers’ Dilemma: Energy Transition and Fiscal Stability. Oxford Energy Review, 17(1), 1-28.
  • Shin, D. (2025). Korea’s Energy Security Strategy in a Multipolar Oil Market. Asian Economic Policy Review, 20(2), 75-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