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본 중동과 세계질서 9 – BRICS와 탈달러화: 미국 패권의 균열

BRICS

2001년 골드만삭스가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던졌을 때만 해도, 달러 중심 국제금융질서를 흔들 수 있을지 의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이란·UAE 등 산유국이 BRICS+로 합류하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특히 2025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달러 위험 분산”을 외치는 BRICS 담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본 글은 BRICS 확장, 디지털 통화 실험, 석유 거래 통화 다변화가 어떻게 달러 패권을 잠식하는지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1. 2001–2014. 신흥국 연대의 태동기

1.1. 브릭스 경제 기반

2001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후에 남아공)이 ‘BRICS’로 묶인 이유는 인구 32억 명, 세계 GDP의 23%를 차지하는 잠재력 때문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 이후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5조 달러를 돌파해 IMF를 능가하는 ‘신흥국 안전망’ 논의를 견인했습니다.

1.2. 뉴개발은행(NDB)·컨틴전시리저브(CRA)

2014년 NDB와 1,000억 달러 규모 CRA가 출범하면서 BRICS는 “월가·IMF 이자율에 대한 해독제”를 자처했습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저개발국 인프라 자금 공급이 주목적이었지, 달러 패권 도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2. 2015–2023. 탈달러화 추진과 제재 리스크 확산

2.1. 이란 제재와 스위프트 배제 경험

2018년 미국이 JCPOA를 탈퇴하고 이란을 스위프트(SWIFT)망에서 제외하자, BRICS 회원국들은 “달러 시스템 의존이 곧 외교·안보 리스크”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중국 CIPS(위안화 결제)와 러시아 SPFS(루블망)의 통합 논의가 이때 본격화됐습니다.

2.2. 디지털 위안화(CBDC) 시범

중국은 2020년 디지털 위안화 파일럿을 시작, 2024년엔 사우디·UAE 중앙은행과 국경 간 CBDC 프로젝트 ‘mBridge’를 실시했습니다. BRICS 내부 결제 실험이 달러 결제 우위를 잠식할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3. 2024–2025. BRICS+ 확장과 에너지 통화 혁신

3.1. 산유국 가입의 파급효과

사우디·UAE·이란 등 석유 수출국이 BRICS+에 동시 가입하자, ‘페트로달러 → 페트로혼합통화’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사우디-중국 간 원유 계약 10%가 위안화 결제로 체결되었습니다.

3.2. 브릭스 공동결제단위(BU, 가칭)

2025년 요하네스버그 회의에서 “금·희토류·에너지 바스켓 기반 디지털 토큰”을 공동결제단위로 도입하는 초안이 공개됐습니다. IMF·미국 재무부는 “기술적 난관, 유동성 부족”을 지적하지만, BRICS진영은 연내 파일럿을 예고했습니다.

4. 미국 패권 균열의 세 가지 축

4.1. 무역·투자 다자화

미·중 갈등과 잇단 제재로 신흥국은 중간재·원자재 결제를 위안·루블·루피로 분산 중입니다. 세계은행은 2024년 비달러 무역결제가 글로벌 교역의 6.8%를 기록했다고 추산합니다.

4.2. 국제금융 인프라 경쟁

CIPS·SPFS·인도 UPI 결제 연동은 달러 기반 스위프트망의 상호운용성을 흔들고 있습니다. BRICS+는 2026년 ‘신흥국 결제 클라우드(NEPC)’ 구축을 계획 중입니다.

4.3. 기술·공급망 분리 가속

미국은 반도체 장비·AI 칩 수출규제를 강화했고, 중국·러시아·인도는 국산화·동맹화를 추진합니다. 결과적으로 ‘기술 블록화’가 통화 블록화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5. 한계와 역풍: 공동화폐의 현실성

5.1. 거버넌스 복잡성

BRICS 국가 간 정치체제·경상수지·통화정책이 상이합니다. 금리·환율 공동 관리가 어려워 ‘EU-유로화’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2. 유동성·안전자산 문제

달러는 세계 국채·기업채·파생상품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BRICS 통화는 유동성이 제한적입니다. 중국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도 2025년 4% 내외로, 아직 달러 대체에는 역부족입니다.

6. 한국의 전략적 대응

6.1. 결제 통화 바스켓 확대

한국 기업은 중동·남미 프로젝트에서 BRICS 통화 결제 옵션을 검토해야 합니다. 한·중·사우디 위안화 스와프 라인을 활용하면 환위험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6.2. 디지털 통화 표준 논의 참여

한국은행은 BIS ‘Icebreaker+’ 프로젝트와 별도로 BRICS CBDC 논의를 관찰하며 상호운용성·사이버보안 기준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용어 해설

  • 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5개국 경제 협의체.
  • BRICS+: 2024년부터 사우디·이란·UAE·이집트·에티오피아·아르헨티나가 추가된 확장형.
  • CIPS: 중국 위안화 국제결제 시스템.
  • CRA: BRICS 긴급 외환 지원 기금.
  • CBDC: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통화.

자주 묻는 질문

Q1. BRICS 통화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은?

단기간 전면 대체는 어렵지만, 에너지·원자재 결제에서 점유율이 늘어 ‘부분 탈달러’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Q2. 미국이 금융제재를 완화하면 탈달러 움직임이 약화될까요?

일부 국가 의존도는 낮아지겠지만, 중국·러시아 제재 리스크가 상존해 다변화 전략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Q3. 한국 원화 국제화에 기회가 있나요?

동아시아 가치사슬·K-금융 신뢰도를 활용해 아세안·중동 프로젝트 결제 통화 다각화에 원화를 일부 포함할 수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참고 연구

  • Subacchi, P. (2024). The Dollar Trap Revisited: Can BRICS Break Free? Foreign Affairs, 103(4), 112-128.
  • Zhang, Y. & Korhonen, I. (2025). Cross-Border CBDCs and Emerging Market Integration. Journal of International Money and Finance, 134, 102769.
  • Lee, J. (2025). Energy Trade De-Dollarization: Implications for Korea. Asian Economic Policy Review, 20(2), 89-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