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무엇인가

주한미군

최근 한미 동맹과 관련하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 임무에 국한되지 않고 유사시 한반도 외 지역까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특히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최근 발언으로 인해 전략적 유연성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과 역사적 배경, 최근 논란과 브런슨 사령관의 견해, 그리고 빅터 차와 CSIS의 시각 및 그의 “주한미군 조정 거부 시 전면 철수” 경고의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아울러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을 고려한 전문가 수준의 평가와 한국 정부의 신중한 대응 필요성까지 설명하겠습니다.

1.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과 역사적 배경

“전략적 유연성”이란 한미동맹 맥락에서 주한미군이 역내 위기 발생 시 한반도 바깥의 다른 지역에도 투입될 수 있는 유연한 운용을 뜻합니다. 이 개념은 2000년대 중반 미국의 글로벌 군사 전략 변화와 함께 부상했습니다. 2005년부터 한미 정부는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를 재조정하는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본격 논의했고, 1년여 간의 협의를 거쳐 2006년 1월 역사적인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은 동맹으로서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혁 논리를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필요성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미국은 한국 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한국이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인정하되, 미국도 한국이 원치 않는 타지역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사전 협의와 한국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합의는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한 절충안이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이 대만해협이나 주변국 분쟁에 연루되어 한국이 의도치 않은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을 경계해 왔습니다. 반면 미국은 세계적 차원에서 미군을 “신속 기동 부대”처럼 활용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고, 주한미군도 이 글로벌 전략의 일부로 유연하게 운용되길 희망했습니다. 2006년의 이해사항은 결국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되, 한국이 반대하는 분쟁 개입은 없도록 하자”는 상호 존중의 원칙을 세운 것입니다. 이는 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합의였지만, 구체적인 운용 방식에 대한 세부사항은 남아 있었습니다. 이후 한동안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미중 경쟁 심화와 북핵 위협 고도화 등 안보 환경 변화로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최신 동향과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견해

2025년 들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 간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5월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병력 약 4,500명을 감축하여 괌 등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이 소식은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미 국방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5월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화상 회의에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해당 감축설에 대해 “합참의장으로부터 아무 지시도 받은 바 없다”며 “최근 합참의장과 통화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감축 논의가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브런슨 사령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맹의 장기적 방향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언급들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을 얘기할 때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때로는 다른 곳으로 진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표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슬로건으로, 브런슨 사령관이 이 용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주목됩니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에만 머물지 않고 동북아 다른 분쟁 지역에도 투입될 수 있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 지도를 보지 않으면 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역할이 북한 억제를 넘어 중국 및 러시아 견제, 대만해협 사태 대응까지 확대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언급하면서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의 존재만으로도 동해에서 러시아를, 서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비유는 주한미군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 요충지로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자연스럽게 전략적 유연성의 당위성과 연결됩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 중 주목할 대목은 “모든 것이 논의 대상”이라는 표현입니. 그는 현재 “우리는 전쟁을 준비하는 시기”라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감축 여부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언급은 앞서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도, 동시에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미묘한 태도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임무와 태세에 변화는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전략적 유연성 자체의 필요성은 거듭 역설했습니다. 그는 “생각의 유연성”을 언급하며 “한반도에서 우리가 전략적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강력한 군대”라고도 말했습니다. 한국이 세계 10대 군사강국 중 하나이며, 미군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대목입니다. 종합하면, 브런슨 사령관은 현 시점에서 주한미군이 다목적·다기능 부대로서 역할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이에 대해 “브런슨 사령관이 전략적 유연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주한미군이 대중(對中) 견제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부대라는 점을 인정받아야, 주한미군의 지위도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계속 주둔 명분이 공고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브런슨 사령관의 최근 언행은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한 대북 억지와 더불어 대중국 견제 전략을 강화하려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주한미군 감축설을 부인했지만, 이면에는 동맹의 전략적 역할 변화를 시사한 것입니다. 특히 “떠 있는 항공모함” 발언이나 “힘을 통한 평화” 언급에서 드러나듯,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인도·태평양 전략 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주장을 펼친 점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미국측 기류는 한국으로서는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제 전략적 유연성 논의를 피하기보다, 한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면서도 동맹을 조율해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임을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시사하고 있습니다.

3. 빅터 차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Victor Cha)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내며 6자회담 등 주요 현안에 관여했습니다. 현재는 워싱턴 D.C. 소재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국 석좌(Korea Chair)로 재직하면서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에 관한 연구와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CSIS는 1962년 설립된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국제 안보와 외교 정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중 하나입니다. 빅터 차 석좌는 학자이자 정책 전문가로서 미국 조야에 한국 안보 이슈를 알리고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제언해왔으며, 주요 언론과 학술지에 다수의 글을 발표해왔습니다.

2025년 6월, 빅터 차는 CSIS 웹사이트에 게재한 문답 형태의 논평(Critical Questions 시리즈)을 통해 주한미군과 관련된 중요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할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여기서 ‘역할 재조정’이란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를 한반도 방어 이외의 지역으로 넓히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가리킵니다. 빅터 차는 이어 “이를 거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무임승차자’로 간주하고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주한미군 전면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매우 강도 높은 발언으로, 만약 한국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특히 트럼프 행정부)이 동맹에 대한 불만으로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동맹국 방위비 분담과 미군 주둔에 대해 “공짜로 안보 혜택을 누린다”는 식의 ‘무임승차’ 비판을 해왔는데, 빅터 차는 이러한 트럼프의 인식을 상기시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입니다.

3.1. 빅터 차의 ‘전면 철수’ 경고 발언과 그 의미

빅터 차의 논평이 특히 주목받은 것은, 미국이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과 논리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게 된 배경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첫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잠재적 충돌, 특히 대만 문제와 제1도련선(일본-대만-필리핀을 잇는 선) 내 분쟁에 대비하여 미군 병력을 재배치·증강하려는 목표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최적화하고자 했고, 그 일환으로 한반도의 일부 병력을 다른 곳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도 작용했습니다. 트럼프 측은 한국이 자체 방어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미군을 일부 줄이더라도 한국이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중국 견제 전략과 동맹 부담전가 기조가 맞물려 주한미군 축소 검토로 이어졌다는 것이 빅터 차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2020년대 초반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여러 차례 거론되었습니다. 빅터 차에 따르면, 논의된 감축 규모는 약 4,500명 정도로, 주한미군 총병력 2만8,500명의 약 16%에 해당합니다. 그는 “철수 규모로 언급된 4,500명은 스트라이커 전투여단 규모”라고 지적했는데, 스트라이커 여단은 미 육군의 신속 기동 여단으로 장갑차량으로 무장한 약 4~5천 명 규모의 전투부대입니다. 현재 주한미군에는 2022년부터 스트라이커 여단이 순환배치되어 있는데, 만약 이 여단을 통째로 빼간다면 주한미군 병력은 2만 명 이하로 줄어 한국전 이후 최저치가 됩니다. 이는 단순한 미군 일부 감축을 넘어 한미 연합방위 태세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빅터 차 석좌는 이러한 감축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 동맹의 억지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빅터 차의 경고에서 핵심은 한국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동맹의 형태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를 중대한 결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만약 한국이 수용한다면 미국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만, 반대로 거부한다면 미국 쪽에서는 동맹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동맹국의 기여도를 중요시하는 지도자의 눈에는 한국이 주한미군의 임무 조정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안보는 공짜로 받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나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빅터 차는 그럴 경우 트럼프가 “보복 조치”로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극단적 조치는 동맹을 지렛대 삼아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한미군 전면 철수는 한국 안보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일인 만큼, 미국이 이를 카드로 거론하는 자체가 한국 정부에 큰 압박이 됩니다.

또한 빅터 차는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일 경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도 분석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면 미국에는 긍정적 메시지가 되지만, 중국에는 ‘대만 유사시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즉 한국의 결정이 미국과 중국에 각기 정반대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동맹의 글로벌 임무에 동참한다고 여겨 동맹이 강화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민감한 대만 문제 등에 미국을 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강한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곧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공식 수용할 경우 중국과의 외교관계에 부담이 커지고, 나아가 한반도 안보 지형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빅터 차는 아울러 “이런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자동차 및 철강 관세 등의 경제적 압박에도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분쟁으로 한국산 철강과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경제 압력을 가했고, 한국은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안보상의 중대한 판단까지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맹과 주변국 사이에서 한국이 처한 딜레마를 강조함으로써, 빅터 차는 한국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얼마나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지 역설한 셈입니다.

빅터 차의 발언은 궁극적으로 한국 정부에 현실적인 조언과 경고를 주고 있습니다. 그는 “새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하여, 2024년 미국 대선과 2027년 한국 대선 등 정치 일정 속에 동맹 현안을 다룰 새로운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직면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그의 견해대로라면,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동맹은 원활히 유지되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는 동맹의 기본 전제가 흔들릴 수 있는 시나리오로서, 한국 입장에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로서는 전략적 유연성 요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단순히 회피해서는 안 되며, 면밀한 국익 계산과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동맹의 기본 목표인 한반도 방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어느 정도 부응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 설득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빅터 차의 경고는 “한국이 전략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4. 변화하는 안보 환경과 한국의 신중한 대응 필요성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합니다.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를 선언하며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있고, 한반도 안보 지형에는 상시적인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은 변함없이 대북 억지의 핵심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최근 몇 년 사이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고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까지 부상하면서 한반도 안보의 방정식에 새로운 변수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했듯이 한반도 주둔 미군은 이제 다수의 잠재적 적대세력에 동시에 대비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은 사상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동기화와 전략적 통합을 이루고 있으며, 미군의 한반도 주둔 자체가 중국·러시아·북한 모두에 전략적 딜레마를 안겨주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뿐 아니라 지역 안보 균형자로서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안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응 역시 정교함이 요구됩니다. 우선 기본 원칙으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북핵 위협이 상존하는 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는 한국 안보의 근간입니다. 빅터 차의 지적대로 주한미군 철수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 위험을 동반하므로, 한국은 미국이 그런 옵션을 검토할 여지를 주지 않도록 동맹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방위비 분담 문제나 전략적 유연성 논의에 있어서도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나 국내정치적 이용을 삼가고, 동맹의 큰 틀 안에서 윈윈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에 협력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안보적 이익과 대가에 대해 미국과 솔직하게 협의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으로 작전 투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그 공백을 메울 한국군의 능력 강화 방안이나 한미 연합자산 운용 계획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빅터 차 석좌 역시 “미국은 인도·태평양 군사 배치 변경 시 동맹국들과 긴밀히 조율해야 하며, 한국군 능력 보강과 일본 등과의 협의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러한 제언은 동맹 간 투명한 소통과 사전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아울러 한국은 주변국 외교에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일 당시에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으며,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개입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되, 중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한다는 입장을 거듭 설명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외교가 요구됩니다. 또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한반도 및 동북아 안정을 위한 협력의 틀은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한국 외교는 동맹과 주변국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갖고 다차원적인 안보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안보 인식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한국 국민들에게 생소하거나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주제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사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적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의 진화 방향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로 인식하고 지지할 때 비로소 정책 추진의 정당성과 지속성이 확보될 것입니다. 특히 향후 주한미군 운용과 관련한 중대한 결정이 있을 경우, 이는 한국의 주권과도 관련된 사안인 만큼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달라진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다시 떠오른 중요한 이슈입니다. 이는 한미동맹이 전통적인 한반도 방어 임무를 넘어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과 빅터 차 CSIS 석좌의 경고에서 보듯, 미국은 동맹의 전략적 활용도를 높이려 하고 있고, 한국은 그 속에서 안보와 국익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자주국방 역량을 키우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다층적인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간의 신뢰와 긴밀한 소통입니다. 동맹의 발전 방향에 대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조율해 나간다면,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위기가 아닌 동맹 발전의 기회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지혜롭고 신중한 외교안보 전략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용어 해설

  • 주한미군: 대한민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군대의 총칭으로, United States Forces Korea(USFK)를 의미한다. 약 2만8천여 명 규모로 한미 연합방위 및 지역 안보 임무를 수행한다.
  •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이 유사시 한반도 외의 지역에도 전개되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한 운용 개념을 뜻한다. 2006년 한미 간 합의를 통해 공식 언급되었다.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 안보, 외교, 국제정치 경제 등 분야의 연구와 정책 자문을 수행하며, 빅터 차가 한국 석좌로 재직 중이다.
  • 빅터 차: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로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CSIS 한국석좌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역임했으며,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등에 정통한 인물이다.
  • 스트라이커 여단: 미 육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주력으로 하는 여단전투단(BCT)이다. 약 4~5천 명 규모로 편성되며, 기동성과 화력을 갖춘 신속대응부대로 알려져 있다. 2022년부터 주한미군에 순환 배치되고 있다.
  • 무임승차자: 다른 이의 노력이나 비용 부담에 무임으로 올라타 이익만 취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동맹 맥락에서는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거나 기여 없이 안보 혜택만 누리는 국가를 비유적으로 가리킬 때 쓰인다.

자주 묻는 질문

Q1.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왜 다시 논의되고 있나요?

전략적 유연성은 미군의 글로벌 전략 변화와 연계되어 2000년대 중반 논의되었으나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대만해협 등 잠재 분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미군을 유연하게 운용하려는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북핵 위협 지속, 러시아의 군사행동 등으로 한반도 안보 환경이 복잡해지자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2025년 월스트리트저널의 주한미군 감축 보도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맞물려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Q2.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공식 수용할 경우 한미동맹은 보다 광범위한 지역 안보 협력으로 확대되는 긍정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과의 신뢰가 강화되고 동맹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죠. 그러나 동시에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는 한국이 미국 편에 서서 자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큽니다. 이는 중국과의 외교·경제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파병이나 안보정책 변화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용 여부를 결정하더라도 실행 방식과 범위를 둘러싼 충분한 협의와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Q3. 빅터 차는 누구이며, 그의 발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빅터 차는 미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 NSC 보좌관 출신이며 현재 CSIS 한국석좌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발언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 전략 커뮤니티의 견해와 기류를 잘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빅터 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검토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에 일종의 경고를 보냈습니다. 이는 향후 미 행정부(특히 트럼프 재집권 시)의 정책 방향을 가늠케 하는 시나리오로서, 한국으로서는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의 분석은 동맹 관리의 어려움과 필요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Q4. 실제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나요?

현재로서는 미국과 한국 정부 모두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동맹을 중시하는 기조가 강하고, 윤석열 정부도 한미동맹 강화를 추구하고 있지요. 다만 정세 변화에 따라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진 않습니다. 1970년대 카터 대통령의 철수 시도나, 2018~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검토 언급 사례에서 보듯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논의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5년에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분담 문제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두고 마찰이 생긴다면 감축이 다시 거론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지금부터 동맹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5.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한국 정부는 우선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유지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의 임무 조정이나 감축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받고, 한국의 우려와 입장을 미국에 분명히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한국군의 방위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미국이 주한미군을 타지역에 투입하더라도 한반도 방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동시에 중국 등 주변국에는 한국의 결정이 방어적 조치임을 강조하며 외교적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한국은 동맹과 국익을 모두 지키기 위해 유연하면서도 원칙있는 외교안보 전략, 즉 “전략적 신중함”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 사이트

  • 주한미군사령부: 주한미군(USFK)의 공식 웹사이트로, 주둔 미군의 임무, 역사, 조직 및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글로벌 싱크탱크로, 안보·외교 분야의 연구와 정책 분석을 수행한다. CSIS Korea Chair 등을 통해 한미동맹 및 동아시아 안보 현안을 다룬다.
  • 아산정책연구원: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 안보 정책 연구소로, 통일·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연구와 국내외 정책 제언을 수행한다. 한미동맹과 동북아 전략 환경에 관한 다양한 보고서와 세미나를 제공한다.
  • 대한민국 국방부: 대한민국 국방 정책의 주무 부처 공식 홈페이지. 국방정책, 보도자료, 국방백서 등을 통해 한국의 안보 상황과 국방 현황에 대한 공식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참고 연구

  • Cha, V. (2025, June 2). The Meaning of U.S. Troop Withdrawals from Korea.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 Lee, C. (2006, March 9). Strategic Flexibility of U.S. Forces in Korea. Nautilus Institute Policy Forum Online 06-19A.
  • Yeo, A., & Foreman, H. (2025). Is South Korea ready to define its role in a Taiwan Strait contingency? Brookings Institution.
  • Work, C. (2025, May 19). The South Korea-US Alliance Is Due for an Overhaul. The Diplom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