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관세 정책을 펼치며 국제 무역 질서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글에서는 관세란 무엇이며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관세가 부과되는 방식과 자유무역협정(FTA)과의 관계 등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또한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관세 정책을 집중 분석하고, 이와 관련된 ‘해방의 날’ 선언과 ‘상호관세’ 도입, 2025년 5월 미국 국제무역법원 판결 및 현재 진행 상황까지 전문적으로 다룹니다.
첫 번째로 관세의 기본 개념과 역할을 살펴본 뒤, 관세 정책과 FTA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겠습니다. 그 다음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 어떻게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수치를 통해 알아보고,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의 판결이 이러한 관세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관세의 이해
1.1. 관세란 무엇인가
관세란 외국으로부터 상품이 들어오거나(수입) 외국으로 상품이 나갈 때(수출) 부과되는 세금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관세율표에 정해진 세율에 따라 과세되며, 상품의 가격 또는 수량에 비례하여 부과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물품에 관세율 10%가 적용된다면, 그 물품의 수입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세금으로 부과됩니다. 이러한 관세는 수입품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때 붙는 일종의 통관세로서, 관세 영역(관세선을 경계로 한 국가 영역)을 통과하는 순간 납세 의무가 발생합니다.
관세는 물품에 따라 종가세(ad valorem tax)와 종량세(specific tax) 방식으로 부과될 수 있습니다. 종가세는 상품 가격에 비례하여 부과되는 관세로, 대부분의 공산품과 소비재에 적용됩니다. 반면 종량세는 수량, 중량, 용량 등 물리적 단위당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주로 원자재나 벌크 상품에 사용됩니다. 일부 경우에는 두 방식을 혼합한 복합세 형태로 관세를 매기기도 합니다.
1.2. 관세의 목적과 기능
관세의 가장 큰 목적은 자국 산업 보호와 재정 수입 확보입니다. 먼저 보호무역 관점에서 관세는 값싼 수입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무역장벽의 역할을 합니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여 국내 생산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해집니다. 이를 통해 국내 일자리와 산업 기반을 지키고,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목적은 정부의 재정 수입 확충입니다. 과거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관세가 국가 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했을 정도로 중요했습니다. 현대에도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관세 수입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관세는 재정 관세로서 국고에 세수를 제공하는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관세는 이 외에도 무역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쓰이거나, 특정 국가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해 관세를 올리는 상응 조치를 취함으로써 협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통상 정책 수단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도 갖습니다.
1.3. 관세 부과 방식과 구조
관세는 상품이 통관될 때 세관을 통해 징수됩니다. 일반적으로 수입국 과세 원칙에 따라, 상품이 수입되는 국가가 관세를 부과하여 자국 세관에서 징수합니다. 수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자국으로부터 반출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나, 예외적으로 자원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세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제 무역 체제 하에서 관세 정책은 가치평가, 품목분류(HS 코드), 세율 적용의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수입 상품의 과세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관세평가를 실시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에 따라 일반적으로 거래가격(인보이스 가격)을 기반으로 공정한 과세가격을 산출합니다. 다음으로 해당 상품을 국제 통일 상품분류체계(HS 코드)에 따라 분류하고, 그 코드에 대응되는 관세율을 찾아 적용합니다. 이때 각 국가의 관세율표에는 최혜국대우(MFN) 세율과 협정세율 등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MFN 세율은 WTO 가입국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기본 세율이고,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협정세율은 특정 국가에 대해 약속한 우대 세율입니다.
관세 부과의 시점과 절차도 중요합니다. 수입자는 물품이 도착하면 수입신고를 하고 세관 당국은 신고된 물품의 가격과 품목을 심사하여 관세를 부과합니다. 관세 납부가 완료되어야 물품을 통관할 수 있으므로, 관세는 국제무역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되는 비용 요소입니다. 최근에는 전자 통관 시스템 발달로 관세 심사와 납부 절차가 간소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관세액 산출과 원산지 증명 등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2. 관세와 자유무역협정(FTA)의 관계
2.1. FTA와 관세 철폐
자유무역협정(FTA)은 체약국 간에 상품 관세와 각종 무역장벽을 낮추거나 없앰으로써 무역을 자유롭게 하는 협정입니다. FTA를 체결하면 보통 협정 발효와 함께 상당수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나머지 품목들도 협정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세를 인하합니다. 최종적으로는 협정국 간에 대부분 상품이 무관세로 교역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과 미국 간 체결된 한미 FTA의 경우, 양국은 거의 모든 공산품에 대해 10년 이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하여, 2017년 무렵에는 대다수 품목에 양국 간 관세가 0%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FTA는 관세 장벽을 제거하여 교역을 촉진하고 소비자는 더 저렴한 수입제품을 접할 수 있게 하며,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FTA에는 각 품목별로 양허 일정이 명시되어 있어서, 관세 인하가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관세 5년 내 균등 철폐”로 규정된 품목이라면 매년 20%씩 관세율이 낮아져 5년 후에는 0%가 됩니다. 이때 최종적으로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는 날을 비유적으로 “관세 해방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FTA 발효로 수입품이 관세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거래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표현은 일반적인 무역 용어라기보다 설명을 위한 표현이며, 아래에서 다룰 트럼프 행정부의 “해방의 날”과는 다른 맥락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2.2. FTA와 관세 정책의 예외 상황
FTA로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모든 상황에서 완전한 무관세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협정문에는 예외 조항이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항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갑작스런 수입 급증으로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일시적으로 관세율을 인상하거나 관세를 재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존재합니다. 또한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처럼 불공정 무역을 시정하기 위한 무역구제 조치도 FTA와 별개로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외 조치들은 WTO 규범 하에서도 인정되는 바이며, FTA로 관세를 인하한 상황에서도 특정 조건에서 관세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합니다. 다만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FTA나 WTO 협정 위반 소지가 크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상대국과의 협의를 거치거나 국제 분쟁 해결 절차를 밟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미 FTA 체결 후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임의로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정부는 FTA 분쟁 해결 절차나 WTO 제소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FTA는 관세를 크게 낮춰 무역을 자유화하지만, 국가들은 여전히 경제 안보나 긴급한 산업 보호 등의 이유로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관세 정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FTA 시대의 관세 정책은 협정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 정교하게 운용되어야 하며, 자칫 일방적 조치는 외교 갈등이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한국
3.1. “해방의 날” 선언과 상호관세 도입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선포하며 대대적인 신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수십 년간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불공정 관세로 “착취당해 왔다”고 주장하며, 이제 미국이 잃어버린 돈과 존중을 되찾을 시간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날 발표된 정책의 핵심이 바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입니다. 상호관세란 말 그대로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만큼 동일한 세율을 그 나라의 제품에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무역상대국과 호혜적으로 관세 수준을 맞추겠다는 구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상호관세 조치를 가리켜 “빅 원(The Big One)”이라고 부르며, 과거의 어느 조치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3월 말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이어, 4월 2일 선언된 방침은 그 범위를 훨씬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관세 프로그램은 두 가지 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첫째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10%의 “기본 관세”이고, 둘째는 국가별 무역 상황에 따라 추가로 부과되는 “개별 국가 관세”입니다.
기본 관세 10%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관세로, 4월 5일부로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최혜국 관세율(MFN) 체계를 부분적으로 포기하고, 모든 국가에 일괄적인 관세 바닥선을 도입한 파격적인 조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4월 9일부터는 국가별 관세가 적용되었는데, 이는 각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 비관세 장벽 정도 등을 감안하여 추가 관세율을 매긴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 일본, 중국 등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주요 교역국들은 상호관세 “최악의 범주(worst offenders)” 국가로 분류되어 높은 추가 관세율이 책정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시점에는 추가 15%를 포함해 총 25%의 상호관세 대상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실행 세부안에서는 한국산에 적용될 총 관세율이 26%로 표기되어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약 25% 대의 고율 관세가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 매겨지면서, 사실상 한미 FTA로 누려오던 관세 면제 혜택이 일거에 무력화되는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상호관세 조치를 통해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국, 일본, 독일, 중국 등을 콕 집어 언급하며 이들 국가가 “미국과의 교역에서 최악의 행태”를 보여왔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때론 적국보다 더하다”는 언급과 함께, 한국의 자동차와 농산물 시장 등이 여전히 폐쇄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진적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미국의 시장주의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의 콜린 그래보우 연구원은 “관세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세금으로,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경제분석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도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감소를 낳아 미국 GDP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상호관세를 통한 수입가격 인상은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늘리고, 해외 보복 관세까지 유발할 경우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상응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발표 당시 예고한 추가 조치들은 주로 대미 무역흑자 상위국들을 겨냥했습니다. 발표 직후 언론에서는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 이탈리아 등 미국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큰 나라들이 주요 타겟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정책 시행에서 이들 국가에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었습니다. 반면 러시아, 쿠바, 북한 등 미국과 거래가 많지 않거나 정치적으로 미묘한 국가는 오히려 큰 타격을 받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정작 동맹국들이 주된 표적이 되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요약하면, 2025년 4월의 “해방의 날” 선언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 정책의 판을 뒤엎은 사건이었습니다. 상호관세라는 개념 아래, 동맹과 적국 불문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큰 나라에 똑같이 관세 보복을 하겠다는 이 조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축적되어온 자유무역질서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습니다.
3.2.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그 영향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서 한국은 대표적인 고율 관세 부과 대상국이었습니다. 한미 FTA로 오랜 기간 특별한 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한국은 이번 조치로 전 품목에 걸쳐 25% 이상의 추가 관세가 매겨지는 극단적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4월 5일부터 우선 모든 국가 대상 10% 기본관세가 적용되면서 한국산 제품에도 일괄적으로 10% 관세가 붙었고, 이어 4월 9일부터 한국에 대한 추가 15~16% 관세가 발효되어 총 25%가 넘는 상호관세 폭탄이 현실화되었습니다. 이로써 자동차, 전자제품, 철강, 섬유 등 그간 FTA로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들이 갑작스럽게 높은 관세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관세 인상 발표 직후 한국 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한미 FTA 규정을 검토한 결과, 미국의 조치는 협정 위반 소지가 다분하였으나, 미국이 이번 관세를 국내법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국가비상사태 조치라고 주장함에 따라 법적 논쟁의 여지가 복잡했습니다. 한국은 일단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관세 면제 협의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FTA도 소용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관세 철회 조건으로 한국의 추가 양보를 요구했습니다. 예컨대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산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한 한국의 환경 규제 완화,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의 요구가 비공식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재협상 압박을 받게 된 셈입니다.
상호관세 부과의 직접적인 경제 충격은 곧바로 수치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관세 시행 직후인 2025년 4월 한 달 동안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액이 약 19% 감소했습니다. 3월에는 약 121억 달러어치의 한국 상품이 미국에 수출되었지만, 4월에는 98억 달러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은 41.7% 급감하여, 3월 48억 달러 규모에서 4월 28억 달러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일본산 자동차·부품 수입 감소폭(약 5.8% 감소)에 비해 훨씬 큰 폭으로, 한국 기업들이 받은 타격이 두드러졌습니다. 한국산 전기차의 대미 수출이 관세 부과 전부터 감소 추세였던 데 더해, 관세 인상으로 내연기관 차량 등 주력 품목까지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수출 급랭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한미 무역수지 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3월 약 63억 달러에서 4월 38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축소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한 대로 대미 무역적자 감소 효과는 단기간에 수치로 실현된 셈입니다. 그러나 이는 곧 한국 기업들의 수출 감소와 연결되고,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악재로 작용합니다.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줄이는 대신 다른 국가산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자국 생산으로 전환하려 했지만, 공급망 교란과 소비자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도 현실화되었습니다. 예컨대 한국에서 수입하던 가전제품에 25% 관세가 붙자 미국 수입업체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느라 혼선을 겪었고, 단기적으로는 미국 소비자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번 조치는 한미 동맹 관계에도 긴장을 초래했습니다. 한국 내 여론은 “동맹국인 한국을 적대국 취급한다”는 비판이 거세졌고, 미국 내 전문가들도 “동맹을 벌주는 관세정책”의 장기적인 외교 리스크를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관세 부과 이후 한국은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서도 보복 관세를 검토하는 등 맞대응 압박에 나섰으며, 양국 간 통상 현안 협의가 급격히 경색되었습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쌓아온 경제 협력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향후 통상 협상에서의 마찰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정리하면,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 급격한 충격과 도전을 안긴 사건이었습니다. 단기간에 대미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개선(미국 입장)을 가져왔지만, 이는 상호 호혜적 결과라기보다 일방적 부담 전가에 가까웠습니다. 한국은 갑작스러운 관세 장벽에 대응하여 수출 시장 다변화,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의 전략을 서두르게 되었고, 관세 리스크를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4. 미국 국제무역법원 판결과 현재 진행 상황
4.1. 국제무역법원(CIT)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
이처럼 일방적으로 단행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는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사법부 판단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2025년 5월 28일, 뉴욕에 소재한 미국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 CIT)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상호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미국의 수입업자 연합 등이 제기한 소송을 심리한 결과로,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이러한 관세 정책에 사용된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IEEPA 법령이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 시에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율을 자유재량으로 설정할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IEEPA 제1701조에서는 이 법이 “특별하고 비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에만 사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무역적자나 불공정 관세 문제는 1970년대부터 지속된 구조적인 현상으로서 IEEPA 적용 대상인 급박한 비상사태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 헌법상 대외무역에 관한 세율 조정 권한은 본래 의회에 속한 권한인데, 이번 조치는 행정부가 의회의 권한을 침범한 것이라는 견해를 법원이 받아들였습니다.
CIT는 이러한 판단에 근거해, 2월에 발표되어 시행 중이던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트럼프 행정부가 펜타닐 유입과 국경 안보를 이유로 부과한 관세)와 4월 3일~5일에 걸쳐 시행된 “해방의 날” 상호관세 조치 모두를 무효화하고 즉각 집행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쉽게 말해, 5월 28일부로 트럼프 행정부의 신규 관세들은 법적으로 효력을 상실하게 된 것입니다. 3인으로 구성된 판사 패널은 판결문에서 “법원이 대통령의 관세 사용이 현명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방법이 그러한 사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대통령의 정책적 판단이 현명하냐를 떠나 법률 위반 여부만을 따졌으며, 현행법 아래에서는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일괄 관세를 매기는 권한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미국 통상정책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전면적으로 대통령 무역권한에 한계를 설정한 것은 드물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향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정책 수단에 대한 사법적 견제 사례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의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권한 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셈입니다. 이는 향후 어떤 행정부가 비슷한 조치를 취하려 할 때 중요한 법적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4.2. 판결 이후 진행 상황: 항소와 집행정지
트럼프 행정부는 CIT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즉각 반발했습니다. 판결 당일(5월 28일)에 행정부는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며, 판결에 불복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항소 절차는 연방 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에서 진행되는데, 행정부는 항소 심리 동안이라도 CIT 판결 효력을 멈춰달라는 긴급 집행정지를 신청했습니다. 왜냐하면 CIT 판결이 즉시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10일의 유예 기간 후에는 세관 당국이 더 이상 해당 관세를 징수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만약 관세 부과를 중단할 경우 자국 협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수십 건의 무역 협상이 재앙적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집행정지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은 5월 29일 오전, 일단 단기 행정적 집행정지 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이 명령에 따라 6월 9일까지는 일시적으로 관세 부과를 계속 허용하여, CIT 판결의 효력이 그 시점까지는 정지되었습니다. 항소법원은 6월 9일경에 집행정지를 더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6월 9일 이후에는 항소법원의 판단에 따라 트럼프 관세 정책의 운명이 갈리게 된 것입니다. 만약 항소법원이 장기 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CIT 판결 효력이 살아나고 관세 부과가 중단되어야 하지만, 받아들일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현행 관세들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현재(2025년 6월 중순 시점),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는 일시적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은 만큼, 관련 국가들과 기업들은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향후 항소심에서 CIT의 위헌 판결이 확정된다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교역국들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부과된 관세가 철회되고 환급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협상 지렛대를 상당 부분 잃게 됩니다. 반대로 항소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승리하여 관세 부과 권한이 인정된다면, 당분간 이들 관세는 계속 유지되고 해당 국가들의 수출업계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입니다. 이 사건은 미국 내 권력 분립 측면에서 입법부와 행정부의 무역정책 권한 배분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의 일방적 무역조치에 대해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이고, 이는 향후 미국 무역정책 수립에 의회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큰 파급을 미쳤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각국은 대미 교역 전략을 수정해야 했고,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던 국가들은 협상의 전제가 흔들리며 혼란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진행하던 통상 대화에서 관세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상했고, 국내 산업계는 향후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번 사태는 국제 통상 질서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미국처럼 거대 경제권이라도 국내 법과 국제 규범의 틀 안에서 무역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말을 맺든, 이 경험을 통해 세계는 무역정책에서 법치주의와 다자 규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용어 해설
- 관세: 외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수입품이나 수출품에 부과되는 세금. 주로 수입품에 부과되며, 국내 산업 보호와 재정 수입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 해방의 날: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날로, 미국이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라며 대규모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것을 일컬음. 일반적인 역사 용어인 광복절/독립기념일과는 무관한, 정치적 수사로서의 표현이다.
- 상호관세: (Reciprocal Tariffs)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개념으로,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매기는 관세만큼 동일한 세율을 그 나라의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무역 상대국과 관세율을 서로 맞춰 ‘호혜세’ 형태로 보복 관세를 매긴다는 취지이다.
-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둘 이상의 국가들이 상품이나 서비스 교역에서 관세와 기타 무역장벽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맺는 협정. FTA 체결국 간에는 대부분 상품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어 자유로운 무역이 가능해진다.
- 국제무역법원(CIT): (Court of International Trade) 미국 연방 사법체계의 하나로, 관세나 무역에 관련된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 뉴욕에 위치하며,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직속되어 무역분쟁 1심 역할을 수행한다.
-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1977년 제정된 미국 법률로, 국가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경제 제재나 무역 규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대규모 관세 부과를 단행했으나, 법원은 해당 조치가 IEEPA의 권한 범위를 넘는다고 판단했다.
- 최혜국대우(MFN): (Most-Favored Nation) WTO 핵심 원칙 중 하나로, 어떤 한 교역국에 제공한 유리한 무역 조건(낮은 관세 등)을 모든 WTO 회원국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 다만 FTA는 예외로 하여 회원국 간 차별적 관세 인하를 허용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관세는 왜 필요한가요?
관세는 한 나라의 경제를 보호하고 정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값싼 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또 관세는 수입품에 붙는 세금이므로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확보 수단이 됩니다. 역사적으로도 관세 수입은 국가 재정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이외에도 관세는 무역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되거나,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하는 보복 수단으로 쓰이는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집니다.
Q2. FTA를 맺으면 관세를 완전히 안 내도 되나요?
FTA를 맺으면 협정 상대국 간의 대부분 상품에 대해 관세가 철폐되지만, 모든 경우에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FTA 협정문에 정해진 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며, 일부 민감 품목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인하하거나 예외적으로 유지하기도 합니다. 또한 FTA에는 세이프가드 조항 등이 있어 비상시 일시적으로 관세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FTA 체결국 간에는 대체로 무관세 거래가 가능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관세 예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Q3.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은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 약 25%라는 고율 관세 장벽을 세워 단기적으로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관세 시행 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급감하여, 특히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주력 산업이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 가격이 관세만큼 올라가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미 FTA로 누리던 무관세 혜택이 사실상 무효화된 것이어서, 한국 기업들은 갑작스런 비용 상승과 수요 위축을 겪어야 했습니다. 다만 이 조치는 현재 미국 법원의 판단으로 위법성이 지적되어, 향후 관세 철회 여부에 따라 한국 수출 환경이 다시 나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Q4. 관세가 인상되면 소비자에게도 영향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관세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입업자는 관세 인상분만큼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이는 최종 상품 가격에 전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수입 가전제품에 관세가 붙으면 소매가격이 오르고, 소비자는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제품을 사야 합니다. 또한 관세로 인해 특정 외국 상품의 수입이 줄면 제품 선택권 축소나 국내 품질 경쟁 저하 등의 간접 영향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세 정책은 소비자 물가와 후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참고 사이트
- 관세청: 대한민국 관세청 공식 웹사이트로, 관세 제도와 통관 절차, FTA 활용 방법 등 관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 기관 사이트입니다.
- WTO: 세계무역기구 공식 사이트의 관세 관련 페이지로, 각 회원국의 관세 양허(schedule) 정보와 관세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해설을 제공합니다.
- Investopedia: 경제·금융 용어 해설 사이트로, Tariff(관세)의 정의와 종류,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관세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FTA 포털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자유무역협정 포털 사이트로, 대한민국이 체결한 모든 FTA의 내용과 품목별 관세 양허 일정, 원산지 증명 가이드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합니다.
- 한국무역협회: 무역업계 대표 단체인 한국무역협회의 공식 사이트로, 국가별 수출입 관세율 조회, 통상 이슈 브리핑 등 무역 현장에서 유용한 관세·통상 정보를 제공합니다.
참고 연구
- Chea, S. (2025, April 3). Trump hits Korea with 25% ‘reciprocal’ tariffs. Korea JoongAng Daily.
- Kozul-Wright, A. (2025, May 29). Trump’s tariffs ruled illegal: Will this end US trade war? Al Jazeera News.
- Yulchon LLC. (2025, May 30). 혼돈 속의 트럼프 관세 정책: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의 트럼프 행정부 관세 조치 무효화 판결을 연방항소법원이 일단 번복. Lexology Newsletter.
- 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 (2025). Hall et al. v. United States, Slip Op. 25-59. (CIT 판결문 요약)
- Oxford Economics. (2025). US Trade Policy Uncertainty Report.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무역정책 불확실성 관련 분석 보고서)
- Choi, J. & Kim, W. (2025). 한미 무역 현황과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의 영향.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현안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