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이후 세계 각국이 팬데믹·디지털 전환·저성장 국면을 겪으면서 사회안전망 확대 논의가 가속화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기본소득과 기본사회 모델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활발히 논의되지만, 아직 찬반 양론이 뚜렷합니다. 이 글은 특정 입장을 옹호하기보다는 정책을 구성하는 핵심 개념, 역사, 국제 사례, 예상 효과, 재원 조달, 그리고 비판 논거까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본소득과 기본사회: 개념적 기초
1.1. 기본소득의 정의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게 소득·자산·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 금액을 정기적으로 현금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네 가지 요건—보편성·무조건성·정기성·현금성—을 만족해야 하며, ‘부의 재분배’와 ‘사회연대’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1.2. 기본사회 모델
기본사회는 기본소득을 포함해 주거·의료·교육·돌봄·디지털 접근권 등 최소 생활권을 국가가 보장하는 포괄적 복지 구조를 뜻합니다. 전통적 복지국가보다 권리 지향적이며, 시장 실패에 대응해 공공 영역의 책임을 강화합니다.
2. 역사와 국제 사례
2.1. 알래스카 영구기금
미국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석유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해 ‘부분적 기본소득’ 모델의 대표 사례로 평가됩니다. 2024년 지급액은 1,000달러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와 재정 지속성 사이의 균형이 관건으로 지적됩니다.
2.2. 핀란드 실험
핀란드는 2017~2018년 2,000명의 실업자에게 월 560유로를 지급했습니다. 연구 결과, 정신적 안녕과 고용 시장 진입 의지는 개선됐으나 실제 고용 증가 폭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본소득이 노동시장 유인을 약화시킨다는 가설이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습니다.
2.3. 한국 지방정부 정책
성남시의 ‘청년배당’,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은 지방정부 단위에서도 시행 가능함을 보여 줍니다. 다만 지급 대상이 일부 연령층으로 제한돼 ‘보편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3. 재원 조달과 거시경제적 파급
3.1. 조세 확대 시나리오
연 180조 원 규모의 전국민 월 30만 원 기본소득 1단계를 가정할 경우, 한국의 조세 부담률(GDP 대비 국세+지방세)을 OECD 평균 34%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세·탄소세·자본이득세·디지털세 신설·강화가 핵심 수단으로 거론됩니다.
3.2. 국채 발행 및 통화정책
일각에서는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하되 중앙은행이 수용하는 ‘통화적 융통’ 모델을 논의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통화 공급이 물가 상승 압력과 환율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3.3. 데이터·AI 배당
ICT 업계의 초과 이윤을 국민에게 배분하자는 데이터 배당은 기본소득 재원 논의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과세 인프라 및 개인 정보 보호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과제로 남습니다.
4. 찬성과 반대: 핵심 논거 비교
4.1. 찬성 측 주장
- 빈곤 감소와 소득 불평등 완화: 기본소득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제거합니다.
- 노동 유연성 증대: 기본소득이 존재할 때 근로자는 불안정·저임금 일자리에서 벗어나 창업·교육·돌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행정비용 절감: 무조건 지급이므로 자격 심사·부정 수급 조사 비용이 감소합니다.
- 기술실업 대응: AI·자동화로 소득이 감소하는 계층에 완충 장치가 됩니다.
- 소비 진작과 지방경제 활성화: 현금 지급은 지역 소상공인 매출에 바로 연결됩니다.
4.2. 반대 측 주장
- 재정 부담 위험: 대규모 증세나 복지 구조조정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낮습니다.
- 근로 의욕 저하 가능성: 특히 저임금 노동에서 노동공급 감소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인플레이션 압력: 총수요가 급증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있습니다.
- 복지 대체 효과: 기존 의료·교육·돌봄 예산이 축소되면 오히려 취약계층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 정치적 쟁점화: 자산·소득 상위 계층의 조세저항과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5. 기본사회 실현 로드맵과 과제
5.1. 단계적 도입
전문가들은 시범 지역·연령·소득 구간부터 점진적으로 기본소득을 확대하고, 주거·의료·교육 무상화 정책을 병행해 기본사회를 구현하는 ‘단계적 확장’ 방안을 제안합니다.
5.2. 사회적 합의
지속 가능한 정책을 위해선 조세 개혁과 복지 재설계를 둘러싼 다층적 공론화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청년·고령층·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제도 안에 내재화되어야 합니다.
5.3. 거버넌스 혁신
공공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예산 집행, 성과 평가 시스템, 시민 감사 기구를 도입하면 기본소득 및 기본사회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습니다.
용어 해설
- 기본소득: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동일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
- 기본사회: 소득뿐 아니라 주거·의료·교육·돌봄을 국가가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모델
- 데이터 배당: 플랫폼 기업의 초과 이익을 국민에게 현금 또는 서비스로 환류하는 정책
- 탄소세: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으로, 환경 개선과 재정 조달을 동시에 추구
- 사각지대: 선별 복지 제도에서 지원 대상에서 누락된 계층
자주 묻는 질문
Q1. 기본소득은 결국 세금 폭탄 아닌가요?
세입 확충 없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반면, 고소득층 증세·자산세·탄소세·디지털세를 조합하면 중산층 세부담 증가폭을 완화하면서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도 있습니다.
Q2. 일할 이유가 줄어들지 않나요?
핀란드 실험은 고용 증가가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노동공급이 급격히 줄지도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노동 유인을 보전하려면 기본소득 금액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기본사회가 민간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나요?
기본사회는 최소 수준의 ‘기본’만 보장하고, 여전히 선택적·프리미엄 서비스 시장을 열어 두는 혼합경제 모델을 지향합니다. 영국 NHS도 민간보험과 공존합니다.
Q4. 물가 상승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재원을 대규모 국채가 아닌 증세로 충당하거나 단계별로 지급액을 조정하면 총수요 충격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병행해 물가 목표제를 유지하는 방안도 논의됩니다.
참고 사이트
- Basic Income Earth Network: 전 세계 기본소득 연구 자료 제공
- Kela: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공식 보고서
- Alaska Permanent Fund Corporation: 알래스카 배당금 제도 정보
- 경기도청 뉴스포털: 한국 청년 기본소득 정책 현황
-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국내·외 학술자료 및 토론회 자료
참고 연구
- Van Parijs, P., & Vanderborght, Y. (2017). Basic Income: A Radical Proposal for a Free Society and a Sane Economy. Harvard University Press.
- Kangas, O., Jauhiainen, S., Simanainen, M., & Ylikännö, M. (2020). The Basic Income Experiment 2017–2018 in Finland: Preliminary Results. Finnish Ministry of Social Affairs and Health.
-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2024). 자산세 도입이 가계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서울: 한국은행.
- Glaser, E., & Spencer, R. (2023). Universal Basic Income and Inflation: Evidence from Fiscal Simulation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7(2), 5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