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코나투스와 정신건강 철학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실체로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그 핵심 동력을 “코나투스”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는 모든 존재가 자기 보존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내재적 원리를 강조하며, 이 원리가 인간 마음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윤리적 삶의 토대를 이룬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정신건강 분야는 복잡다단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개인이 어떻게 심리적 통합을 이루고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지에 … Read more

동아시아 공동체주의와 개인 자유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주의”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저 가족, 학연, 지연과 같은 끈끈한 관계망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은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 1인 가구 증가율, 정치적 다원화 지수를 기록하며 개인주의적 생활 양식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타나는 긴장은 철학적으로도 흥미롭습니다. 개인의 권리가 강조되는 자유주의적 논리가 공존하는 가운데, 유교 전통에 기반한 관계윤리가 … Read more

니체의 영원회귀와 현대 시간철학

19세기 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 존재를 뒤흔드는 도발적인 물음을 던졌습니다. “당신이 지금 살아가는 이 삶을, 동일한 순서와 강도로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면 어떻게 살겠는가?” 이 상상 실험은 영원회귀라고 불리며, 실존적 결단을 촉구하는 윤리적 자극제이자 선형적 역사관에 균열을 내는 급진적 시간 모델이었습니다. 20세기 이후 물리학은 특수·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그리고 양자중력 후보 이론을 통해 시간의 직선적 흐름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 Read more

메타과학으로 읽는 쿤의 패러다임 전환

과학은 스스로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언어를 끊임없이 진화시킵니다. 토머스 쿤이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제시한 패러다임 전환 개념은 plato.stanford.edu 한 시대의 과학 공동체가 공유하는 문제 해석 틀이 어느 정도의 위기를 만나면 급격히 바뀐다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오늘날 재현 위기와 데이터 과잉이 동시에 밀려오는 환경은 과학의 일상인 정상 과학의 기저 규범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통계적 유의성과 피검증 가설 중심 … Read more

레비나스 타인의 얼굴로 보는 난민 인권

국경을 사이에 두고 선 긋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인간 공동체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그 선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내전, 종교 갈등, 경제 불평등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금자리를 떠난 인구는 2024년 6월 기준 1억 2,26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UNHCR, 2024). 물론 이렇게 거대한 숫자는 일상에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듣는 ‘난민’이라는 단어는 가끔 통계 … Read more

시몽동 개체화 이론으로 본 로봇 윤리

시몽동의 개체화 철학은 최근 자율로봇이 인간 사회에 깊숙이 침투함에 따라 급부상한 윤리적 과제를 재해석할 수 있는 강력한 이론적 틀을 제공합니다. 전통적인 로봇 윤리 담론은 주로 규범 윤리학에서 차용한 원칙(예: 자율성, 해악 금지, 정의)이나 법적 책임 프레임워크(제조물 책임, 소유자 책임 등)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제도 설계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자율로봇이 보여 … Read more

하버마스 의사소통 행위와 플랫폼 민주주의

스마트폰 화면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포스트와 댓글 속에서 우리는 ‘대화’라는 단어를 종종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숨결은 결국 대화에서 나옵니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하버마스는 20세기 후반 『의사소통 행위 이론』을 통해,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자들이 최선의 논증을 바탕으로 합의를 형성할 수 있는 ‘이상적 담론 상황(ideal speech situation)’을 제시했습니다. 오늘날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같은 SNS 기반 온라인 공론장은 실시간 연결성과 … Read more

칸트 미학의 숭고 개념과 AI 예술

오늘날 생성형 AI가 그려 내는 작품은 인간의 창작성을 재정의하며 예술계의 규범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캔버스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숭고’라는 고전적 미학 범주를 떠올립니다.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 전개한 숭고론은 자연의 압도적 위력, 혹은 무한성 앞에서 인간 이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고 동시에 초월적 자율성을 자각하는 역설적 감정을 설명합니다. 본 글은 칸트 미학의 핵심인 숭고 개념이 … Read more

화이트헤드 과정철학과 시스템 이론의 접합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은 “존재는 사건의 흐름”이라는 급진적인 명제를 중심축으로 삼습니다. 이 서론에서는 사건(event)의 동학을 통해 어떻게 관계와 창발이 설명되는지 간단히 개요한 뒤,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시스템 이론(system theory)이 제안한 자가생산(autopoiesis) 관점을 접목하여 복잡계 사회 분석 모델을 구축하려는 목적을 밝힙니다. 두 학문 전통은 각각 20세기 초·후반에 등장했지만, 현대 데이터 기반 사회 분석에 필요한 “관계적·동학적 지평”을 공유하며 … Read more

법철학과 데리다의 해체론에서의 가능성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고대 그리스 이래 수천 년 동안 사상가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이 질문 자체에 숨겨진 전제를 폭로하며, 정의를 법적 규범이나 제도적 절차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근본적으로 흔들었습니다. 데리다의 해체론은 표면적으로 완결된 체계를 구성하는 언어‧텍스트 내부의 균열을 추적하고, 그 균열이 외부로 연장되는 과정을 포착합니다. 이 글은 데리다의 핵심 개념인 ‘지연(différance)’과 ‘추적(trace)’을 법‧정의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