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 타인의 얼굴로 보는 난민 인권

국경을 사이에 두고 선 긋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인간 공동체가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그 선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내전, 종교 갈등, 경제 불평등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금자리를 떠난 인구는 2024년 6월 기준 1억 2,26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UNHCR, 2024). 물론 이렇게 거대한 숫자는 일상에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듣는 ‘난민’이라는 단어는 가끔 통계 … 더 읽기

시몽동 개체화 이론으로 본 로봇 윤리

시몽동의 개체화 철학은 최근 자율로봇이 인간 사회에 깊숙이 침투함에 따라 급부상한 윤리적 과제를 재해석할 수 있는 강력한 이론적 틀을 제공합니다. 전통적인 로봇 윤리 담론은 주로 규범 윤리학에서 차용한 원칙(예: 자율성, 해악 금지, 정의)이나 법적 책임 프레임워크(제조물 책임, 소유자 책임 등)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제도 설계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자율로봇이 보여 … 더 읽기

하버마스 의사소통 행위와 플랫폼 민주주의

스마트폰 화면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포스트와 댓글 속에서 우리는 ‘대화’라는 단어를 종종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숨결은 결국 대화에서 나옵니다. 독일의 사회철학자 하버마스는 20세기 후반 『의사소통 행위 이론』을 통해,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자들이 최선의 논증을 바탕으로 합의를 형성할 수 있는 ‘이상적 담론 상황(ideal speech situation)’을 제시했습니다. 오늘날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같은 SNS 기반 온라인 공론장은 실시간 연결성과 … 더 읽기

칸트 미학의 숭고 개념과 AI 예술

오늘날 생성형 AI가 그려 내는 작품은 인간의 창작성을 재정의하며 예술계의 규범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캔버스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숭고’라는 고전적 미학 범주를 떠올립니다.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 전개한 숭고론은 자연의 압도적 위력, 혹은 무한성 앞에서 인간 이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고 동시에 초월적 자율성을 자각하는 역설적 감정을 설명합니다. 본 글은 칸트 미학의 핵심인 숭고 개념이 … 더 읽기

화이트헤드 과정철학과 시스템 이론의 접합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은 “존재는 사건의 흐름”이라는 급진적인 명제를 중심축으로 삼습니다. 이 서론에서는 사건(event)의 동학을 통해 어떻게 관계와 창발이 설명되는지 간단히 개요한 뒤,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시스템 이론(system theory)이 제안한 자가생산(autopoiesis) 관점을 접목하여 복잡계 사회 분석 모델을 구축하려는 목적을 밝힙니다. 두 학문 전통은 각각 20세기 초·후반에 등장했지만, 현대 데이터 기반 사회 분석에 필요한 “관계적·동학적 지평”을 공유하며 … 더 읽기

법철학과 데리다의 해체론에서의 가능성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고대 그리스 이래 수천 년 동안 사상가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이 질문 자체에 숨겨진 전제를 폭로하며, 정의를 법적 규범이나 제도적 절차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근본적으로 흔들었습니다. 데리다의 해체론은 표면적으로 완결된 체계를 구성하는 언어‧텍스트 내부의 균열을 추적하고, 그 균열이 외부로 연장되는 과정을 포착합니다. 이 글은 데리다의 핵심 개념인 ‘지연(différance)’과 ‘추적(trace)’을 법‧정의 … 더 읽기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서 우연 해석하기

고대 그리스의 대표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의 질서와 변화의 원리를 해명하기 위해 존재론, 논리학,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저술을 남겼습니다. 특히 『메타피직스』는 ‘존재 그 자체’의 구조를 탐구하면서도, 필연과 우연이라는 상반된 범주를 정교하게 배치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활발히 논의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우연’을 말할 때 흔히 예측 불가능한 돌발 사건을 떠올리지만,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우연은 단순한 무질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목적을 향해 조직된 자연에서 예외적으로 … 더 읽기

자크 라캉의 욕망의 구조와 정치적 주체 형성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자크 라캉의 통찰은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정신분석학을 넘어, 오늘날 집단행동과 정치적 주체 형성을 이해하는 열쇠로 작동합니다. 상상계·상징계·실재계라는 세 축을 통해 라캉은 욕망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설명했고, 그 구조는 SNS 해시태그 캠페인에서부터 거리 시위, 선거유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본 글은 자크 라캉 이론의 핵심 개념을 해설하면서, 욕망이 … 더 읽기

분배정의에서의 자격주의와 평등주의 갈등

“누가 무엇을 얼마나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고대 플라톤의 국가에서부터 현대 인공지능이 배분 결정을 지원하는 오늘날까지 사회를 관통해 온 핵심 논제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규범적 틀로서 분배정의는 철학, 경제학, 정책학의 교차점에서 논의되어 왔습니다. 특히 “기여‧책임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자격주의와 “모든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평등한 몫을 보장해야 한다”는 평등주의는 분배정의의 핵심 축을 이루며 때로는 협력적으로, … 더 읽기

메타윤리에서의 비실재론 논쟁

도덕적 판단의 본질을 탐구하는 메타윤리학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는 도덕 명제의 객관적 지위에 관한 문제입니다. ‘살인은 그르다’라는 진술이 객관적 사실을 기술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주관적 태도의 표현인지에 대한 물음은 현대 윤리학의 핵심 질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덕 명제가 객관적 사실을 지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비실재론의 다양한 이론들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실재론 진영의 반박을 … 더 읽기